이도연
삼도정이라는 육각정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형물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어우러져 빚은 아름다움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정선에서 시원(始原)한 물길이 남한강의 줄기 따라 내려와 단양에 머물러 맑은 수반 위에 삼봉을 띄워 놓고 물길은 다시 돌아 내려간다. 이름하여 도담삼봉(島潭三峯)이라 단양의 제일 경이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까.
가운데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첩봉(딸봉)과 다소곳하게 돌아앉은 처봉(아들봉)이 흐르는 강물이 정지한 것처럼 강 한가운데 6m 높이에 수려하게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와 다름이 없다.

옛날 홍수가 나서 정선의 삼봉이 단양으로 흘러들었으니 단양군수는 정선에 세금을 물으라 하였으나 어린 정도전(鄭道傳)이 삼봉을 단양으로 흘러오라 한 적이 없는데 어찌 세금을 물라 하는가 하고 반문을 하여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샘이 깊었으니 아름다운 자태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화폭의 수묵이 물길 위로 신선의 입김을 따라 안개처럼 내려앉아 강물에 풀어져 도담삼봉을 이루었으니 실물인지 수묵의 화폭인지 착각에 빠질 정도로 구별이가지 않으며 멋스럽다.
장군봉 중턱에 고풍스러운 기와의 추녀가 맑은 여름하늘과 만나 수를 놓은 비단같이 펼쳐 놓은 삼도정이라는 육각정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형물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어우러져 빚은 아름다움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옛 선인인들 도담 삼봉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지 않았을까?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에 퇴계 이황 선생의 시심이 풀어져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 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더라"
이곳의 아름다움에 취한이가 퇴계 선생뿐이겠는가? 조선의 개국 공신 정도전 또한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을 너무도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유년시절 도담삼봉을 즐겨 찾아 예찬하고 조선 건국의 꿈을 키웠으며 이곳의 아름다움에 취해 오죽하면 호를 삼봉이라 지었을까.
남한강 물길 옆 직각으로 떨어지는 절벽 위 산마루에 정자를 지어 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 도담삼봉과 어우러져 떨어지는 저녁놀에 몸을 실어 강물에 비치는 풍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주변 잔디밭에 정도전의 시비를 새겨 놓은 돌 비석에서 정도전과 퇴계 선생의 얼이 살아나와 취흥에 젖어 노래하고 선인들이 부르는 강산의 아름다운 노랫가락이 아스라하게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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