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기자
2023년 6월 30일(금) 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내 최초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혁신적 무대
지휘자의 부재(不在)를 통해 지휘자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
로봇 ‘에버 6’와 사람 ‘최수열’이 함께 지휘하는 국악관현악
하나의 곡을 사람과 로봇이 함께 지휘하는 기발한 상상
대립이 아닌 공존을 통한 미래 가능성 모색하는 자리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직무대리 여미순)은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를 6월 30일(금)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재>는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파격적 실험으로 예술가의 가치와 역할을 새롭게 성찰한다.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최수열이 지휘자로 나서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무대를 각각 선보일 뿐 아니라, ‘에버 6’와 최수열이 한 곡을 동시에 지휘하며 로봇과 인간의 창의적 협업에 한 걸음을 내딛는다.
로봇이 지휘하는 공연 <부재>는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로봇 기술은 현재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로봇의 ‘두뇌와 오감(五感)’을 책임지는 인공지능(AI)·5G· 가상서버(클라우드)·센서·자율주행과 같은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로봇 공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분야를 막론하고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로봇의 예술 활동으로 시야를 넓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불리던 예술, 그중에서도 ‘지휘’ 분야에 도전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실험하는 무대를 만든다.
<부재>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수년째 도전적 실험을 함께 해온 지휘자 최수열이 따로 또 같이 무대에 오른다.
‘에버 6’가 지휘할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다. 두 곡 모두 몽골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의 특징과 강점에 초점을 맞춘 선곡으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최수열은 황병기 작곡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와 김성국 작곡의 국악관현악곡 ‘영원한 왕국’을 지휘한다. ‘침향무’의 가야금 협연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이지영 교수가 함께한다. 최수열은 “로봇에게 가장 도전적인 영역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교감과 소통, 그로 인해 완성되는 음악이 아닐까”라며 사람 지휘자의 통솔력과 해석력으로 로봇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손일훈 작곡의 위촉 신작 ‘감’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지휘해 완성할 실험적인 곡이다. 작곡가가 2014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음악적 유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곡으로, 연주자들은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무대 위에서 게임을 하듯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눈치·촉·센스 등으로 표현되는 ‘감’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일 것이다.
최수열은 지휘자로서 지닌 ‘감’을 십분 활용해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고,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나간다. 동시에 ‘에버 6’는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돕게 된다. 두 지휘자가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무대 양쪽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한다면, 인간 혼자서는 불가능하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실험하는 무대다.
<부재>는 예술과 과학 기술의 결합이 열어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휘자가 ‘부재(不在)’하는 무대를 통해 지휘자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역으로 질문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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