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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신성한 곳, 사려니 숲길

by 이치저널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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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

 

 

붉은 오름 입구에 이르자 날씨가 흐린데도 불구하고 길게 조성된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사려니 숲은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쳐 가는 숲길로 평균 550미터 정도 고도에 삼나무숲이 우거진 1112 지방도 초입에 있다.

사려니 숲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존 지역이기도 하며 사려니의 뜻은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이라는 산 이름에 쓰이는 말이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진한 향을 풍기는 커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숲 입구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숲으로 들어서자 숲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이 가슴 깊은 폐부까지 스며들어 상쾌함이 먼저 반긴다.

 

ⓒ 박미애
 

 

안개비가 내리는 숲은 고즈넉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하늘을 향해 빽빽하게 들어찬 삼나무 숲은 안개 속에 은은한 빛으로 감돌며 숲의 정적 저편에서 일 열로 늘어서있는 나무들이 숲속에서 걸어 나오는 착각에 빠진다.

숲에서 안개비와 함께 퍼져 나오는 고요와 성스러움으로 낮게 가라앉은 안개와 삼나무 밑에 자생하는 잡목들이 어우러져 숲의 정령들이 나올 것 같은 환상적인 자연의 풍경을 연출한다.

삼나무 숲의 오솔길은 코코넛 매트를 깔아 놓아 걷기 편하게 되어있고 길옆으로 보라색 산수국이 울창하게 피어 있어 삼나무 숲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산 수국은 소담스러운 수국과 달리 소박한 듯하지만, 초록빛 무성한 수풀 사이로 듬성듬성 피어나 진한 보라색 꽃을 중심으로 연보랏빛 이파리가 가장자리로 피어나며 보석을 박아 놓은 것 같은 매력에 푹 빠진다.

숲의 안쪽으로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다양한 수종이 원시림을 이루어 서식하고 있다.

숲에서는 정신이 맑아지고 진초록의 이파리들로 가득해 온몸이 생기를 찾아 활력이 넘치며 피로가 풀린다.

비에 젖은 숲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걷다 보니 숲의 안부 깊이까지 들어 가갔지만, 전 구간은 돌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미련은 나중에 꼭 다시 와서 끝까지 돌아보리라는 각오를 남기며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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