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초보운전자가 종착지까지 무사안전운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듯한 자세와 올바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
저는 운전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큼직하게 쓰여 진 ‘초보운전’ 팻말을 차창에 붙이고 다닌다. 항상 초심을 유지하면서 조심조심 운전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무엇이든 맨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오른손으로 하던 젓가락질을 왼손으로 하려면 무척 어려운 것처럼 몸에 배어 버린 습관을 고치려 하면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제일 먼저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제가 운전면허시험 응시원서를 제출하고 학원에서 운전대를 처음 잡아보던 날, 나도 모르게 긴장하면서 어께에 힘이 잔뜩 들어가 손바닥에 커다란 물집이 생겼던 기억이 난다. 오로지 앞만 바라볼 뿐,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차츰 운전대를 잡는 횟수가 늘면서 긴장도 풀리고 좌우 옆길도, 신호등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초보운전자’라 한다. 그리고 차창에 ‘초보운전’ 팻말을 붙이도록 권장한다. 이것은 자신이 초보운전자임을 마음에 새기고 다른 운전자에게 조심하고 주의하고 양보하고 배려를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습을 많이 했다고 자신만만 하지만 실제 도로에 나가보면 사방에서 쏜살같이 달려오는 차들로 인해 등골이 오싹해지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차선 바꾸는 것조차도 손에 땀이 난다.
서툰 차선 바꾸기는 자칫 도로의 흐름을 깨트리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긴장의 연속이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에서 차선을 바꾸려면 옆 차와의 거리, 속도, 사이드 미러, 후방 미러, 사각지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판단해야 하는 데 익숙지 않다. 어떤 때는 차선변경에만 집중한 나머지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조차 깜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에는 초보운전자 스스로 조심해야 하겠지만 다른 운전자들의 양보와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일어서기까지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으면서 기고 뒤집고 넘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초보운전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기가 발동하면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후퇴가 어렵다.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차선을 쉽게 넘나들려 한다. 승리가 반복되고 여유가 넘치면 교만해지기 쉽고 교만해지면 결국 나태하게 된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을 freshman 이라 부른다. 새로운, 신선한, 선명한, 짠맛이 없는, 생생한, 풋내기, 미숙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2학년생은 sophomore라 부른다. 아는 체하는, 건방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초보자가 무언가를 조금 배우고 나면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잘난 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본성을 잘 나타낸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만만해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하다. 어중간하게 안다고 할 때 가장 거만해진다. 이제 이겼다고 방심한 순간 쓰라린 패배를 당할 수 있다. 헤엄 잘 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 경우처럼 사람이 실수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맹신할 때 발생한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열정 넘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고수도 초보자 시절을 겪는 것처럼, 그들도 어린아이와 같은 수많은 연습과 다른 고수나 프로들의 도움을 받고서 진정한 고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신병이나 신참은 선임병이나 상급자의 올바른 지도와 보살핌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초보자는 오로지 상급자의 따뜻한 관심을 먹고 자랄 수 있다.
인생 초보운전자가 종착지까지 무사안전운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듯한 자세와 올바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올바른 운전습관은 만능보장보험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서 한다면, 한 번 해보았다는 얄팍한 경험을 밑천 삼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원칙을 무시하고 행동한다면, 실력은 초보자인데 오만과 건방짐이 넘치는 위험한 고수가 될 뿐이다. ‘초보운전’ 팻말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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