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서 보면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봉긋한 산방산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웅장한 하나의 바위처럼 우뚝 솟아 길을 막는다.
산방산 아래쪽에는 넓은 정원 같은 초지 사이로 말이 한가로이 푸른 초지를 거닐며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목가적 풍경을 이루고 밑으로 푸른 바다와 현무암이 켜켜이 쌓여 수억 만 년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용머리 해안 지질공원이 있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이 제주하면 떠오르는 바람의 실체를 만난다. 푸른 바다와 물빛 하늘을 등에 업고 불어오는 해풍의 위력이 실로 남다르다
더위에 지친 여행자의 온몸을 감싸며 스치는 바람은 육신과 영혼마저도 날려 버릴 것 같은 기세로 시원하게 불어와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벌리며 온몸으로 바람을 껴안아 본다.

진초록의 대지 위에 바람을 따라 비단 같은 머리채를 물결처럼 흔드는 초지를 따라 내려가자 새파란 하늘을 향해 돛대를 높이 치켜세운 멋들어진 서양배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머리해안이 자리 잡은 대정리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 등장하는 하멜 표류기의 주인공인 네덜란드인 하멜이 처음 도착한 곳으로 13년간 머물며 하멜 표류기를 써서 유럽에 최초로 우리나라를 알린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세워진 배는 하멜이 표류한 곳을 상징하기 위해서 재현한 상선으로 하멜이 타고 온 스패르배르호이다.
배와 해안의 수려한 절경과 물빛 바다와 어우러져 배는 지금이라도 바로 출항을 하여 물살을 가르며 달려 나갈 것 같은 모습으로 깃발을 펄럭이고 있다.
용의 형상으로 바다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해안은 파도에 씻겨 내려 퇴적되고 해풍에 의해서 바람에 날리며 약한 부분은 부식되고 단단한 부분은 더욱 도드라지며 여러 형태로 변화하며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암석층은 수억 만 년 전 시간을 움켜쥐고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되며 과거라는 시공을 지나 지금도 말없이 흘러가는 시공의 연속성 앞에 우뚝하고 그 앞에 서 있는 나의 존재는 바람 끝에 날리는 티끌처럼 미미한 순간의 시간을 살아간다.
바다 건너 저 멀리 청록의 물빛 위를 둥실둥실 흘러가듯 떠있는 두 개의 섬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느 것이 형이고 동생인지는 모르지만 형제 바위가 춤을 추며 파도를 넘는다.
용머리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 속에 가두기에는 자연의 위대함에 한계를 느끼며 깊은 심호흡과 함께 눈으로 가슴으로 고이 접어 한가득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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