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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거꾸로 걷는 섬 - 영종도에서

by 이치저널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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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빛나는 계절처럼 싱그럽고 푸르른 하늘빛 바다로 왔으나 오늘은 쓸쓸한 침묵처럼 흐린 날씨가 아침 발걸음과 함께한다. 그래도 장렬 하는 빛의 인사를 받으며 걷는 따가운 가을 햇살보다는 괜찮아! 라는 위안을 스스로 하며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모두가 침묵하는 것이 불문율인 양 마스크 속에 미소를 감추고 하루의 일상을 시작한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종단점인 인천역은 암울한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서풍이 불어오는 바람처럼 과거의 눈물과 회한으로 녹슨 철로처럼 간직하고 과거의 명성을 한 몸에 누리던 수인선의 개통으로 새로운 희망과 번영의 길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철도의 종단점에서 새로운 길로의 여정을 시작하는 역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인천역에서 출발하는 월미도 은하레일은 오랜 시간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땅과 하늘과 바다로 향하는 허공 속에 길을 내어 은하철도 999의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하늘길로 향하고 월미 바다의 낚시꾼들은 세월을 낚아 올리는 여유로움을 즐기는지 어망의 빈 공간을 원망하지 않으며 저 멀리 밀려오는 원양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던져 바람의 아들인 양 세월을 낚고 있다.

길게 던져 놓은 낚싯줄은 사람을 바다에 결박하고 바다로 밀려오는 파도를 뭍으로 결박하는 유일한 한줄기 끝의 시선으로 서로를 위안하며 오랜 시간 밀고 당기며 세월을 건져 올리고 비루한 시간과 혼란한 일상의 것들을 무한의 시공과 점과 점 사이를 이어가는 과거 그리고 현재를 지나 미로의 시간인 미래의 바다에서 서로가 공존과 소통의 바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건너편 붉은색 등대와 맞은편 상앗빛 등대는 서로서로를 그리워하며 몇 초간의 점멸과 섬광을 번득이는 것으로 약속을 하지만 이파리가 져야 꽃이 피는 상사화의 전설처럼 오랜 시간 자신의 영역에서 화석으로 굳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주 선 등대와 전설의 바람을 밀어 올리며 태곳적 원양의 바다를 바라다보는 밤은 견우와 직녀의 사연처럼 멀어진 세월이 오래다.

포구로 들어오는 배는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놓인 이후로 당당하던 힘을 잃어버리고 영종도 구읍 뱃터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의 추억의 전달자 인양 밀려가고 밀려오는 썰물처럼 소리 없이 정오를 알리며 포구에 닻을 내린다.

새벽 별을 바라보며 거침없는 행보로 밀려오던 만조의 바다는 온몸으로 바다를 품어 바다의 가슴에 드넓은 펄을 가두고 검푸르게 번쩍이는 빛으로 출렁이며 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위에 붉은빛 커다란 배 한 척을 띄워 놓았다.

깊어 가는 가을로 물들어가는 월미도 야산에는 붉은 단풍이 저마다 수줍은 가을에 우수에 물들어 알록달록 멋을 부리며 치장이 한창이다. 하물며 바다를 가르는 물보라에서도 가을의 서늘함이 파란색 물거품을 일으키며 바다에 물길을 내고 철모르는 갈매기만 허공을 날아올라 사람들이 던져 주는 새우깡에 열광하며 묘기를 부리듯 손끝에 아른거리는 과자를 채어가는 광경에 사람들은 그들의 본성을 망각한 것과 관계없이 박장대소를 한다.

영종도 하늘도시 별빛이 흐르는 누리길 멋진 이름으로 포장한 섬이 아닌 섬, 아무도 이제는 섬이라고 부르지 않는 영종도라는 도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섬은 시공을 넘어 그래도 바닷길이 있음에 감사하며 바다로 향한다.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에 둥실 떠 있는 작약도는 일본인 화가가 작약을 닮았다고 지어준 이름을 가지고 있고 옛 우리의 지명인 물치도(勿淄島)를 기억하는 과거 속에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에 배를 타고 연안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다리가 없던 시절처럼 영종도로 향하는 뱃길을 열어간다는 것은 추억이며 과거로부터의 여행임에는 틀림이 없다.

드넓은 갯벌에 검은 고랑을 따라 밀려드는 물길과 파도를 타고 즐거운 노랫가락을 바다에 전하며 섬과 섬 사이에 흐르는 내해의 바다를 순항하며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멀고도 먼 이방인의 땅으로 향하는 신대륙을 찾아가는 모험자인 양 거침없이 바다를 가르며 우쭐해 있는 순간 세종호 선장님은 배를 영종도 구읍 뱃터 방파제에 커다란 몸을 기대여 하선을 명한다.

섬은 푸르고 맑은 하늘처럼 싱그럽게 정돈된 하늘도시의 이름에 걸맞은 잘 정돈된 길과 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거침이 없고 썰물로 밀려간 드넓은 바다의 흔적인 갯벌에는 구릿빛 바다에서 뒹구는 돌 틈을 껴안고 바다의 우유라고 말하는 굴이 지천이며 구멍이 숭숭 뚫린 갯벌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들의 사연은 알 수가 없다.

무쇠처럼 단단한 표정으로 팔미도 앞바다를 향하고 있는 영종진의 포대가 해안 단애 위에 힘찬 기상으로 용마루를 푸른 하늘 위로 뻗어 올린 멋스러운 전각은 이 땅의 바다와 조국수호의 현장이며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에 피 흘려 산화한 조상의 넋을 기록하고 있는 현장으로 그날의 아픔을 잊었는가? 바람에 날리는 억새 소리만 요란하고 성곽의 아름다운 외벽 따라 피어 있는 노란색 소국에서는 짙은 향기가 그윽하다.

성벽 아래로 이어진 해안을 따라 가을향기 가득한 소국이 몽실몽실 아름답게 재잘대는 길에는 여인들의 밀월 이야기가 있고 어깨를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들의 다정한 사연이 꽃으로 피어나며 철로 위로 두 줄기 인생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레일 바이크의 페달을 밟는 힘찬 숨결에는 웃음과 사랑이 한가득 실려 가을 푸른 하늘 위를 질주하는 그들의 행복이 상큼하게 푸르른 가을하늘로 울려 퍼진다.

사람은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 풍요로움은 물질에서 오는 풍요와 마음의 풍요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시간과 시간 사이를 달리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는 쉼표를 기억하며 바쁜 일상을 살면서 휴식을 통하여 치유의 시간으로 승화시키며 잠시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살아갈 줄 아는 지혜가 곧 풍요로움 이자 행복의 시간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조금만 쉬어 가자.” 말하며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쉼표를 찍으면 보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저물어 가는 가을날에 하늘을 한번 우러르고 삶의 여유를 위하여 조금은 게으르게 사는 것도 나름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과거로 여행은 갈매기들의 요란한 날갯짓과 함께 도시의 불빛 속으로 접어들며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일탈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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