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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남해 가는 길 - 아득한 그리움의 바다. 1

by 이치저널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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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하늘이 밤사이 흐릿하게 젖어 있더니 아침 수은주가 5도까지 뚝 떨어져 서늘함을 느끼는 가을날 남해로 가는 분주한 아침에 이것저것 챙기느라 부산을 떨지만, 꼭 한두 가지 빼먹는 건망증 사이로 허전함을 달래며 길을 나선다.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 홍성 방면으로 길을 잡아 경부고속도로를 경쾌하게 달려간다.

천안 삼거리 능수야 버들대신 산허리에 말갛게 핀 억새가 빛으로 반짝이며 투명하게 흔들린다.

 

 

높고 낮은 산맥들이 세를 불리며 푸르른 가을 하늘에 높이 닿았다가 들녘으로 고개를 숙이며 벌판을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아침 연기를 피워 올리는 농가의 촌락 옆으로 숨을 고른다.

 

추수를 끝낸 들판은 허허로운 가을 들녘으로 횅하게 바람만 돌아들어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평화로운 가을 정취를 풍기며 겨울로 늙어간다.

가을빛이 감도는 산릉선은 남으로 진군하며 백두대간을 물들여 설악에서 흐르다 계룡의 허리를 돌아 덕유산에 잠시 멈추어 힘을 모아 남으로 달려 지리산에서 정점을 찍고 남해의 산맥에서 자진하며 꽃으로 물들여 한라산 백록담으로 스며든다.

향적봉과 설천봉을 머리에 떠받들고 구천동 계곡을 품에 안은 덕유산 자락 계북면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람은 길 위로 나서고 길은 남으로 나아 있어 차는 반도의 끝자락으로 달려 산청 맑은 물과 진주 남강의 청록빛 지류를 밟고 남해 삼천포에 도착하여 숨결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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