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들어서서 유독하게 봄 가뭄이 그 어느 해보다도
심하여서 논밭이 말랐네,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있네,
강물이 얕아져서 물고기가 안 보이네, 산에도 나무들이
메말라서 산불이 났네, 농사를 망쳤다고 아우성이라네.
쌈사월 오뉴월이 될 때까지도 하늘은 땡볕에 이글거리고
빗방울 소리 듣기로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탓으로
기우제(祈雨祭)로 가믐을 이겨내려는 애타는 마음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안절부절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아니하네.
아우성도 저버리고 칠팔월 들어서서는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종일토록 비가 내리더니만 아니 사흘 나흘 열흘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넘어서도 장대비가 억수로 내려서 이제는 장마가 덮쳐
논밭에 물이 잠기어 보(洑)가 터지고 홍수로 산사태가 났다네.
하고 야단이더니만 한 여름 지나서는 비가 고루고루 내리어서
풀과 나무들이 초록색으로 돋아나서 산천이 푸르고 아름답고
말랐던 논밭과 저수지에 물이 고이고 농민들은 농사일에 바빠서
손이 모자랄 정도로 농사일에 온ㄴ 힘을 다하여 땀 흘리며 일하네.
올해 초에는 가믐으로 걱정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더니만
여름에서야 적당한 비가 알맞게 내리어 해갈로 한시름 놓으니
논갈이 밭갈이한 작물들이 잘 자라나서 한창 기뻐하였더니만
홍수로 해서 논밭이 물로 잠겼내, 제방이 터졌네, 산사태가 났네.
한바탕 야단을 쳤으나 햇빛 비추이고 물 으르고 바람 불어와서
농사가 잘 되고 오곡백과가 풍요롭게 무르익어 풍년을 맞이하니
아무리 사람의 정성과 노력도 자연의 섭리에는 어쩌지 못하니
하늘의 해와 구름꽈 바람을 수확의 가을에 서서 생각하여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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