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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들 사이로
매년 이 맘 때 쯤
파릇파릇 초록의 생명이
움터오는 현장에 서면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듯
개나리꽃, 진달래꽃, 복사꽃, 앵두꽃들의
처절한 낙화를 보면서도
모든 할 말을 다 잊어버린
실언자처럼
안산 자락길은
오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온갖 야합과 협잡이 들끓고 있는
세상을 내려다 보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번뇌를 가득 짊어진 스님이,
칸트나 니체의 철학을 되새김하는 명상가가,
각양각색의 수많은 사람들이,
다 밟고 지나가도
아무런 불평 한마디 없이
안산 자락길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기분이 좋아 날아갈듯
가벼이 걷는 사람들,
무언가 풀리지 않는 고민을 붙들고
무거운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
세상의 온갖 시름을 다 지고 가는
할아버지부터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까지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아카시나무, 가문비나무, 잣나무, 메타세콰이어의
숲내음이 가득한
싱그러운 대자연에서
힐링하는 것이 좋단다.
아이스께끼 장사 청년의 외침이
어린시절 추억의 산실로 데려다 놓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빛 원색의 물결이 출렁대는
도시자연공원에서
인간들이 펼치는 색깔의
조화로운 향연을 즐기면서
어제도 오늘도
안산 자락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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