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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정균화의 소중한 인연 씨앗심기

현재의 나는 ‘최후의 나’에게 어떤 마지막을 선물할 것인가?

by 이치저널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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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나는 ‘최후의 나’에게 어떤 마지막을 선물할 것인가? 불치병, 노화, 갑작스러운 사고, 혹은 다른 이유들로 인간인 우리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난다.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절댓값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 자신이 ‘그때’를 정할 수는 없다.

죽음이란 익숙하던 세상에서 혼자만 영원히 탈락되는 다분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여파는 절대 개인적일 수가 없다. 떠나가는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그 순간의 고통과 상실은 힘들기만 하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이 ‘삶’에 대해 얼마나 충실히 대해왔는지 되돌아보게도 한다.

 

 

모든 인간은 유한한 시간을 부여 받았기에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헛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은 앞으로 남은 삶을 위한 통과의례일 수 있다. 삶의 마지막 여정인 죽음을 앞둔 이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부드럽고 자애로운 말들로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저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전한다.

그는 30여 년간 호스피스 전문가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는데,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이미 리 커티스, 마리안느 윌리엄슨과 같은 유명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명을 위협받는 질병으로 고생할 때 함께해 주었다. 또한 배우 앤서니 퍼킨스, 마이클 랜던, 기업가 아먼드 해머가 죽음을 맞을 때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적십자 재난구조팀의 자원봉사 회원이면서 LA경찰국의 특별예비경찰관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911 테러 공격이나 생화학 테러처럼 가장 위험하고 비극적이며 공포감을 느끼는 상황에 대비해 가장 먼저 출동하는 구조인력 훈련을 받기도 했다. 12살 때 신장병으로 오래 투병하던 어머니를 잃으며 처음으로 ‘죽음’과 ‘영원한 이별’에 대해 진지하게 인식했고, 이후 테레사 수녀가 캘커타에 세운 ‘죽음을 맞는 사람을 위한 집’에서 봉사하며 호스피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 모두에게 ‘가장 최후까지 남아 지켜주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리고 친구로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보호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위로했다. 그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바를 엮은 것이다.

 

수백수천 명의 마지막을 지켜본 자만이 말할 수 있는 죽음과 작별에 관한 가식 없는 위로와 깨우침이 있다. 그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16가지로 정리해 알려주었다.

 

▶살아 있는 존재로 대우받아야 한다. ▶희망의 대상은 바뀌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죽음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식의 보살핌을 받을지 결정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지식이 충분하고 자상하며 배려 심 있는 사람이 돌봐줘야 한다. ▶‘완치’에서 ‘편안함’으로 목적은 바뀌더라도 계속 의학적 처치를 받아야 한다. ▶어떤 질문을 해도 정직하고 충실한 답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영성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체적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통증에 관한 느낌과 감정을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도 가족의 죽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참여시켜야 한다. ▶죽음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롭고 위엄 있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홀로 외롭게 죽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사후에 주검의 존엄성을 존중하리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2018년 2월 4일, 우리나라에도 사전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국민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이다.

19세 이상이면 작성 가능하며,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 등록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 유언장이 가족을 위해 쓰지만, 사전의료의향서는 본인을 위한 것이다. 본인의 고통을 줄이고,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덜기 위한 제도이다.

 

그렇다. 죽음이란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자, 삶을 끝내버리는 장치이기도하다. 필자도 장기기증은 십여 년 전에 신청해 운전면허증에 기재되고,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도 등록증을 받은바 있다.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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