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소설가나 철학자들은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지만, 부정적 또는 비극적으로 설정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좀 튀는 철학자로 알려진 어느 분은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륜(不倫)’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남편은 서로에게 배우자일 뿐, 결코 애인이 될 수 없다고까지 말하지요.
그가 사랑을 불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존에 속해있던 무리(倫)를 부정하도록(不) 만드는’ 감정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즉, 부모를 떠나 낯선 남자와 여자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동력이 사랑인데, 이것은 가족을 배신하는 불륜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동의하실 수 있나요? 가족, 결혼, 사랑의 관계를 억지로 한자 풀이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쓴 다른 책에는 사랑은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자기 뜻보다 상대방의 뜻에 따라 사는데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분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피노자야말로 사랑은 “인간이 더욱 작은 완전성에서 더욱 큰 완전성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말한 바 있지요.
물론 불륜이라는 말과 ‘사랑의 완전성’은 차원이 다른 용어이기 때문에 배치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사랑의 감정을 불륜이라는 용어로 설명한 것은 통념적으로 와닿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스피노자의 사랑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은교>라는 소설에서 박범신 작가는 “사랑은 한없이 빼앗아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내 것을 해체해 오로지 주고 싶은 욕망이다.”라고 하면서 진정한 사랑은 사랑의 불완성을 인식하고 완성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성 간의 사랑에 국한 시켜 얘기한다면 에로스적 사랑, 항상 친밀하고 마주하면 기분 좋은 친구 같은 감정, 아가페적 사랑으로 나눌 수 있는데, 비중은 다를지라도 세 가지 감정을 동시에 갖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어느 때는 그런 사랑에서 어긋날 수도 있지요. 그럴 때는 한쪽에서는 ‘배려’, 한쪽에서는 ‘반성’으로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거기에는 반드시 지성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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