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그녀의 어깨가 젖어도
안 암의 통증에 눈동자가 젖어도
난 알아채지 못했어요
국화꽃이 시들어 마른 바람에 뒹굴고
땅속 깊이 녹아내릴 때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승의 소풍을 끝내고 다시 그녀를 만나면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랑한단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강정례 시인의 신작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시인의 깊은 사유와 사랑이 담긴 작품이다. 이 시집에서 어머니는 단순한 현실 속의 한 인물이 아니라, 우주의 기원을 상징하는 불멸의 존재로 그려진다. 시인은 어머니를 통해 인류와 지구의 역사를 재조명하며, 그 사랑이 시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시인은 어머니와 관련된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밥을 짓고, 손끝으로 찬을 버무리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라는 제목 속 '귀신'은 전통적으로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시인에게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친근하고 따뜻한 존재다. 이 '귀신'은 도깨비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 여전히 살아있으며, 사라지지 않는 어머니의 흔적을 상징한다. 시인의 작품을 통해 어머니의 존재는 단순히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는 무한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와 같은 이미지의 확장은 시인이 어머니를 단순히 '엄마'라는 생물학적 존재로만 보지 않고, 우주의 불멸적 상징으로 승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정례 시인의 시에서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시에서 '창백해지는 우주의 푸른 점'이라는 구절은, 시인이 어머니를 우주의 일부로 보며 그 부활을 기원하는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다. 시인은 과거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 시간 속에서 어머니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특히 어머니가 밤하늘을 바라보던 순간들이 시인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으며, 이는 어머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까지 이어져 내려온 세대 간의 연결 고리를 상징한다.
이 시집에서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우주적 규모로 확장된다. 어머니는 생물학적 존재에서 우주의 일부로 변모하며, 누대에 걸쳐 이어지는 인류의 시간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시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어머니가 단순히 개인의 기억 속에만 머물지 않고, 인류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강정례 시인은 어머니를 통해 생명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영원을 탐구하며,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러한 깊은 사유를 전달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마치 별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라는 시인의 확신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46억 년을 지켜온 따뜻한 엄마의 목소리를 내 아이의 아이는 들을 수 있을까'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사랑이 지구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내려왔음을 상징하며, 그 목소리가 후세에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이 시집은 첫 시집 '반죽에서 나는 소리' 이후 발표된 강정례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시인의 문학적 깊이를 더욱 확장시킨 작품이다. 정지용 호수문학상과 경기예술대상, 제3회 우리글 '짧은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성장을 드러내며, 현실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
강정례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양평지부 회장, 양평시낭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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