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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승 비문에 새겨진 숨겨진 문자, 이체자의 비밀을 풀다

by 이치저널 202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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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의 비석에 새겨진 이체자, 그 안에 담긴 시대의 흔적과 문자의 변화가 밝혀지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한국 고승 비문 이체자 서체 자전』을 발간하며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금석문의 문자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 자전은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고승 비문에 등장한 6,759개의 이체자를 정리하고 해석한 결과물로, 한자의 다양한 서체 용례와 문자적 가치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체자는 같은 뜻과 음을 가지면서도 모양이 다른 문자로, 획수를 줄인 약자, 관습적 속자 등이 포함된다. 고승 비문에서 이런 이체자가 빈번히 발견되는데, 이는 문자 사용의 유연성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특히, 복잡한 한자를 단순화하거나 반복되는 부분을 기호화한 사례들은 불교 문화와 당대의 문자 사용 방식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국 고승 비문 이체자 서체 자전(고대·고려, 조선 편) 

 

고승의 비석은 단순히 업적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당시의 불교계와 사회적 맥락을 담은 기록물로서 가치를 지닌다. 비석에는 승려의 일생과 더불어 왕실, 제자, 문도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한 이체자가 비문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살펴보면, 특정 시대와 지역의 불교 문화와 글쓰기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본문 중 정체자 ‘불(佛)’의 이체자 표기 - 고대·고려(위), 조선(아래) 

 

이번 자전 발간 작업은 2020년부터 시작된 금석문 연구의 결과로, 연구팀은 전국의 금석문에서 발견된 문자를 판독하고 이를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23년에는 고대와 고려시대의 이체자를 다룬 첫 번째 자전이 발간되었으며,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자전은 조선시대의 이체자를 중심으로 한다. 고대·고려 편에선 63건의 비문에서 3,076개의 이체자가, 조선 편에선 160건의 비문에서 3,683개의 이체자가 확인되었다.

 

이 자전은 서예로 작성된 이체자를 수록하고, 탁본과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비문별 서체 용례를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더불어 각 이체자에 대한 정체자, 음과 뜻, 부수, 총획수 등의 상세 정보도 포함됐다. 총 15,318건의 서체 용례는 고대부터 조선까지 이체자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이번 발간물은 국공립 도서관과 박물관, 연구기관 등에 배포되며, 국가유산 지식이음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앞으로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금석문 심화연구를 지속하며,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연구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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