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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여섯 시간마다 얼굴을 바꾸어가는 간월도(看月島) 바다

by 이치저널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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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doyeonlee3@navet.com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움이고 희망이다

 

 

 

 

 

드넓은 간척지는 아득하게 지평선을 이루며 펼쳐져 있어 시작과 끝의 모습을 볼 수 없었으며 황톳빛 벌판에서는 낮게 깔린 들풀의 뿌리에서 시작한 쪽빛 실바람이 푸르른 초목 끝에서 울음 우는 소리를 내며 간헐적으로 불어온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조제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구획하며 끝없이 자라난 전설 속 뱀의 허리처럼 길게 갈라놓았다. 바다는 넓고 풍만하게 자신을 부풀려 내륙으로 밀려오다 잦아들고 섬은 바다를 흐르다 내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다시 바다가 되기도 한다. 

넘실대는 바다는 썰물로 밀려나가 뭍이 되었고 밀물로 달려와 섬을 감싸 돌며 간월도가 되었다. 간월의 바다는 여섯 시간마다 밀물과 썰물의 얼굴을 바꾸어가며 물길이 오가기를 반복했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작가

 

간월도 앞바다에 떠 있는 암자는 썰물 때는 바다 위에 홀로 남겨져 외로웠고 밀물 때는 육지에 다리를 걸치며 뭍으로 다가와 붙어 무학의 고뇌에 찬 기도에 귀 기울이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간월암 달빛 아래 쪽배 같은 선방에 고립무언의 암자에서 수도하던 무학의 고심은 깊어서 흔들리는 불심은 어지러운 세상 앞에 번뇌로 가득했을 것이다.

달빛이 간월의 바다를 비추던 어느 날 밤에 무학은 깨달음을 얻었고 간월도 라는 이름이 세상에 달빛으로 태어났고 간월암을 창건하여 수도에 정진하여 후세에 길이 이름을 남겨 무학은 대사가 되었다.

썰물에 밀려 나간 빈 바다의 길은 가까웠고 수월해서 물이 빠져버린 바닷길을 걸어서 간월암에 오를 수가 있다. 간월암 입구에 나무로 깎아 만든 장승들의 표정은 인간사 삼라만상의 업보를 끌어안고 무심의 세월을 한탄하며 파란빛 하늘에 둥실 흘러가는 쪽 구름 따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외치며 불심으로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승 밑에 하나둘 쌓아 올린 조그만 돌탑의 무더기는 중생들의 소망과 바람으로 층을 이루고 소망이 넘쳐나 무더기가 되었고 바람에 쓰러져 버린 돌탑은 그들의 간절하거나 절실한 소망 앞에 허무하고 무심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지어진 간월암은 바다를 향해 나아갔고 서해의 용왕을 믿고 의지했다. 부처는 섬마을의 풍어를 기원하며 갯벌을 쓸고 다니는 굴 따는 여인들의 한과 검게 그을려 주름진 얼굴을 측은하게 생각했다.

여인들은 탑을 세워 놓고 정월 보름날 만조가 되면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 부르기 군왕 제를 열었고 북과 장구를 치고 날라리를 불러 풍악을 울리며 빌고 또 빌었다.

간월의 바다 저 끝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 따라 물길도 함께 하얀 깃발을 펄럭이며 갯벌의 고랑을 따라 앞으로 옆으로 구르고 부서지며 달려들었다.

간월도는 암자를 바다에 내주고 파도로 출렁이며 밀려온 바다 위로 노을은 뭉게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구름 사이로 주황빛 줄기들을 바다에 뿌렸고 파도는 또다시 붉게 물들어 간월의 바다를 적시어 갔다.

간월암의 바다에서, 바다 위의 암자에서 두 손 모아 합장하고 또 다른 삶의 인연들과 마주하며 살아갈 순간들을 위하여 그들의 삶이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움이고 희망이다.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인생을 살아보자.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내일의 삶이 더욱 소중하고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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