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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대청호를 품에 안고 구룡산을 오르다

by 이치저널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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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세상의 모든 어렵고 무거운 것들을 돌탑 위에 내려놓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지혜를 구하기 위한 정성스럽고 간절한 마음으로 돌탑을 쌓는다

 

 

 

청주 시내를 빠져나와 덕유리 방향으로 접어들자 높은 준령들 사이로 깊은 계곡이 보이고 계곡의 끝자락에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대청호의 물빛과 만난다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이 부서지면 호수는 물비늘을 빛으로 튕겨내고 있다

새파란 물 위로 봄바람을 타고 꽃잎이 떨어지고 푸른 하늘의 구름은 대청호로 내려앉아 한가로이 흘러가니 봄 사랑 가득한 연초록의 연정이 호수에 젖어 나뭇잎 배를 띄워 나른한 사월의 봄날이 아름답게 흘러간다.

대청호를 가로질러 대청댐의 거대한 수문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며 걷는 사이에 어느덧 구룡산 현암사 입구에서 산행 들머리를 잡는다.

시작부터 지그재그로 놓여 있는 높은 철재 계단을 오르는 산행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힘이 들지만 중간마다 만나는 보라색 제비꽃과 알록달록한 현호색이 예쁘고 알 수 없지만 귀여운 생김새의 열매 등 야생화를 구경하며 천천히 게으른 산행을 하는 오롯한 즐거움이 행복하다.

가파른 능선이 끝나면서 커다란 소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 이 보이고 빛은 숲속 깊숙이 골고루 흩어져 나뭇가지 사이로 빗살처럼 퍼지며 싱그러운 사월의 향기로 부서져 내린다.

 

ⓒ박미애

 

108계단을 땀으로 얼룩지며 거친 숨을 몇 번이나 몰아쉬며 오르자 파란 하늘을 이고 단아한 자태의 현암사가 보인다하늘빛 물을 가득 품고 있는 대청댐을 바라보며 자리한 아담한 현암사가 봄 햇살처럼 부드럽고 아름답다.

현암사 입구에 들어서자 스님의 잔잔한 미소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스님의 인자한 후광이 부처의 자비로움으로 가득하여 숲속에 맑게 퍼지는 듯하다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예의를 표하고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본다지금은 아담한 사찰이지만 한때는 번성과 영광을 누리던 사찰이었다고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백제 진지왕 3년 고구려 스님인 청원 대사가 창건하여 통일신라시대 문무왕 5년 원효대사가 중창하였고 조선 시대 정조 7년에 중창을 하였으나 일본 강점기를 거치며 도량이 황폐해졌다는 아픈 사연을 간직한 도량이다현암사는 대청호를 바라보며 구룡산 중턱의 벼랑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하여 현암사(懸巖寺)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다

현암사 담 옆으로 가지런하게 쌓아 놓은 장작이 정감 어린 모습으로 다가오고 지난겨울의 노고와 땀방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현암사를 옆에 끼고 벼랑길을 따라 오르자 현암사 오층 석탑이 파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노송과 함께 세월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한다.

오솔길 옆으로 누군가의 소망을 담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들이 늘어서 있다세상의 모든 어렵고 무거운 것들을 돌탑 위에 내려놓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지혜를 구하기 위한 정성스럽고 간절한 마음이 보이고 돌탑을 쌓은 사람의 정갈한 마음과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가 있어 탑을 향해 합장을 해본다.

돌탑의 간절한 기운에 힘을 얻어 열심히 발걸음을 옮기자 드디어 하늘이 환하게 열리고 구룡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구룡산 정상을 상징하듯 용과 허수아비 형상의 목각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

연초록으로 싱그럽던 수목이 사월의 끝자락을 넘어 짙푸른 녹음으로 변하며 힘차게 뻗어 내리는 산맥의 기운과 산과 산 사이 골짜기를 흐르는 검푸른 대청호의 조망을 바라보며 자연의 위대함과 경의를 느끼며 깊은 감탄을 자아낸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목마다 지천으로 흐드러진 야생화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며 느림보 산행의 여유를 즐긴다.

봄꽃 향기 가득한 대청호를 따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민들레 홀씨가 날리고 너무도 고운 노랑 빛깔의 민들레꽃 입술은 자연을 닮은 순수한 색으로 투명하게 흔들린다대청호 반대편 소식을 전하며 불어오는 실바람은 꽃향기로 가득하고 걸음걸이마다 봄의 향기로 피어나는 꽃들의 술렁거림으로 분주하다.

구룡산(370.5m)에서 양성산(300m)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청남대를 마주하며 출발하여 사월의 봄꽃이 만발한 시원한 대청호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며 낮은 능선길의 게으름을 즐기며 걷는 행복한 순간들이 물결 따라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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