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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길은 사람을 버리고 사람은 길을 버렸다.

by 이치저널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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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누구나 도착해야 하는 마지막 길은 같은 곳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길은 사람의 혈관처럼 온 세상으로 열려 있다. 길은 사람의 길뿐이 아니라 숲속에는 동물과 곤충과 새들의 길이 있다. 질척한 갯벌에도 썰물과 밀물이 들고 나는 길이 있고 그 물 위에 길을 내어 바다를 항해하는 뱃길이 난다. 하늘에는 바람의 길이 있고 더 높은 곳에는 바람의 기류가 있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항로가 된다.

모든 길들은 모두가 온순하게 나아 있다 자연의 위엄을 거스르지 않고 길이 난다. 산골자기의 길들은 산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흘러내리듯 길을 내고 산비탈 옆 밭고랑은 산허리의 둘레를 따라 줄지어 봄날 아지랑이처럼 고물고물 유순하게 이어져 있다. 강가를 따라 나아 있는 길들은 물길을 거스르지 않으며 그길 따라 이어진 논두렁의 좁은 수로 도 물길에 순응하며 강으로 펼쳐지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자연의 길들과 옛날의 길들은 대부분 직선보다는 곡선에 가깝다. 문명이라는 장비를 동원한 인간의 길들은 곡선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중장비와 굴착기로 산맥의 심장을 후벼 파고 폭파해 준령과 고개를 무색하게 직선의 도로를 만들어 자연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박미애

 

옛길은 이미 옛길일 뿐이다. 길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잊힌 길들은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는다. 길은 사람을 버리고 사람은 길을 버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등산이 시작된다는 영화의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들만이 잃어버린 산길을 찾아 걷는다.

길은 소멸을 거듭하고 인간의 손에서 직선의 길들이 생성되어 빠르고 편리성을 추구하며 온 산과 들이 파헤쳐지고 두부 모판처럼 제단 되어 도시의 통로가 된다.

길은 물리적으로 생성되는 길도 있으나 사람이 살아가며 걷는 발자취를 남기는 인생길도 있다.

산과 강을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여유롭게 걷는 인생길을 요즘은 고대하기 힘들다.

사람의 인생 행보도 도시의 길을 닮아 가고 있다. 곡선의 길을 걸으면 뒤처지기 십상이니 산길이나 비탈길보다 오로지 빠르고 잘 닦여진 직선의 길을 가야하고 먼저 가야 한다. 현실을 부인하긴 힘들겠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인 것을 그리 빨리 재촉해서 간다면 그 길의 끝은 어디일까?

누구나 도착해야 하는 마지막 길은 같은 곳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직선의 빠름도 좋지만 곡선의 부드러움의 인생길을 걸어 보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일전에 걸어본 충북 괴산의 호수를 품에 안고 굽이굽이 돌아드는 고즈넉한 산막이 옛길이나 강원도에서 선비들이 과거 보러 넘나들던 선자령의 대관령 옛길을 풀 향기 솔바람 맞으며 걷던 길들이 그리워진다. 직선과 타협하지 않는 우매함으로 나는 오늘도 길게 휘어진 길 위를 걷고 있다.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다 나은 변화를 원한다면 어제와 다른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내일을 위하여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시간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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