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IT의 발달이 사유를 제한
국립중앙박물관에 ‘사유의 방’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국보 83호로, 6~7세기 동아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불교 조각품 가운데 하나인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하고 있는데, 깊은 사유의 세계에서 드디어 얻게 되는 깨달음의 순간이 감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는 ‘반가사유상’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교하며, 오히려 로댕의 작품보다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사유’와 ‘감동’의 일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사유와 감동의 불일치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가 적절히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TV 등 영상 정보에서는 감동은 줄 수 있는데 사유를 촉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장애인과 연예인이 출연하여 감동의 시간을 만듭니다. 장애인들에게 사실상 필요한 것은 복지 현장에서 제도를 개선하고 일손을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이렇게 영상이라는 비일상적인 감동의 시간이 아니라 등산이나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사유와 감동이 불일치 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유를 멈춘 채 희로애락이라는 표면적 감정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방송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IT의 발달이 사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검색을 하면 모든 정보가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굳이 사유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나 검색보다는 사색, 즉 사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나 미디어 그리고 사회의 일상에서도 감동보다 사유를 추구하는 냉철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내재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현상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근본 요소를 찾아내고, 그 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고민하는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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