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선하게 태어났지만 타락할 수 있고 악하게 태어났어도 교화력이 있습니다.
엄마가 미는 유모차에 앉아 까르륵 웃는 아이의 천진스러운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도 때로는 비명을 지르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같이 극단적인 두 표정이 인간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풍족하고 좋은 조건이 조성되면 착해 보입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가 될는지 모르나 유대인 600만 명을 포함하여 1,000만 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히틀러나. 캄보디아 인구의 1/4을 학살한 폴 포트 같은 극악한 사람들도 그의 친지들은 각각 ‘친절하고 자상한 아버지 같은’ 사람이고, ‘부드럽고 상냥한 선생님 같은’ 사람이라는 인물평을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동양에서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있고 서양에서는 루소의 ‘선천적 선’과 홉스의 ‘선천적 악’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는 의미가 없고 각각 검증되지 않은 주장입니다.
지난 ‘아침단상’에서, 인간 본성의 변화 여부에 대해 질문을 한 바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인간의 성격이나 태도는 유전적 요인이 강하나 교육이나 환경, 그리고 개인의 의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했었지요. 이번 인간 본성의 선악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하게 태어났지만 타락할 수 있고 악하게 태어났어도 교화력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도발적인 연구는 리처드 랭엄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그는 인간의 도덕적 범위를 ‘사악’에서 ‘관대’까지 설정하고 인간은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하다.’라고 인간의 이중성을 부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가장 악한 종이기도 하고 가장 선한 종이기도 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언제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으니 국가 차원에서는 악행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사회적으로는 교육과 종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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