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라는 주제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10년 전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화제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샌델 교수가 제기하고 있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돈으로 거래돼서는 안 되는 것들이 돈으로 거래되고 있는 사례를 치밀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그가 지적한 사례로는 크게는 가족, 교육, 환경 등 전통적인 가치와 시민참여, 공공성, 우정과 사랑, 명예 등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덕목까지를 거의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사랑이 들어있는 것이지요. 이 책의 한국어판 감수와 해제를 맡은 숭실대 김선욱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도 이제쯤은 “하면 안 되는 것, 돈으로 사려고 해서도 안 되고 팔려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당위적인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만일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돈이라는 도구를 통해 단순한 호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만족을 착각한 것에 불과할 겁니다. 돈을 거래의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 돈이 거래의 수단이 아니라면 사랑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사랑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사랑이란 “외부의 원인에 의한 생각을 수반하는 기쁨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보다도 기쁨의 감정인데, 그 기쁨은 특정한 외부 대상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누군가를 만나 기쁨을 느낄 때 그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심리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곁에 머물게 하려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뜻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스토리마당 > 염홍철의 아침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치와 과소비에 익숙한 사람들 (0) | 2023.09.12 |
---|---|
'하늘’에도 속해있고 ‘땅’에도 발을 디디고 있다 (0) | 2023.09.05 |
우정의 최고 단계는 서로를 끝까지 다 알지 못하는 것 (0) | 2023.08.22 |
수치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라 (0) | 2023.08.08 |
생각이 사라진 시대 (0) | 2023.08.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