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神)적인 위대함이 있는 반면에 광기와 잔인함도 공존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사람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인간 본성에 관한 연구도 두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지요.
그런데 학술적 분석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으로 이것을 입증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탈리아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인 프리모 레비(Primo Levi)인데 그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반파시즘 저항 운동에 참여하다가 아우슈비츠로 이송당했으나, 기적적으로 생환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은 단순히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이원론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이 모든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자각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프리모 레비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산도르 마라이(Sándor Márai)라는 작가가 있는데, 인간의 내면에 속(俗)됨과 거룩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유니크하게 묘사한 바 있지요. 그는 헝가리에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 잡자 부르주아 작가라는 낙인이 찍혀 40여 년을 망명가로 떠돌다 미국에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말이 아니라 전 생애로 답하는 작가’라는 별칭이 붙어있지요. 그는 <하늘과 땅>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은 ‘하늘’에도 속해있고 ‘땅’에도 발을 디디고 있다는 상징적인 비유를 통해 아주 설득력 있게 인간 본성에 두 가지 속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지요.
산도르 마라이는, 자신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산다.”라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불멸의 신(神)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방 안에 혼자 있으면 코를 후빈다. (중략) 나는 몇 시간씩 물을 응시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뒤쫓을 수 있지만 어느 신문에 내 책에 대한 파렴치한 논평이 실렸을 때는 자살을 생각했다.
세상만사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는 공자의 형제지만 신문에 오른 참석 인사의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있으면 울분을 참지 못한다. (중략) 사랑을 믿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인들과 함께 지낸다. (후략)”라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묘사입니다. 산도르 마라이 자신이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인 탓에 그는 “하늘을 믿고 땅을 믿는다”라고 결론을 내렸지요.
인생에는 희극과 비극, 거룩함과 속됨이 공존합니다. 그러한 미궁 속에서 헤매는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지러운 인생도 그림에서는 아름다워 보이나니” 우리가 할 일은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도전하고 성찰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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