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매 순간을 성실하고 지혜롭게 임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는데도 허투루 낭비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지요.
자신도 모르게 낭비하는 것은 많이 있을 것이나 ‘늦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기원전 4,000년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상형문자에도 늦장을 나타내는 단어가 최소한 여덟 개였던 것으로 알려졌고, 기원전 700년경에 활동한 헤시오도스는 <노동과 나날>이라는 시에서 늦장 부리는 사람이 일을 망친다고 한탄하였습니다.
엘리샤 그레이라는 사람은 벨보다 전화를 먼저 발명하고도 특허 등록을 미루다 역사적인 전화 발명의 명예를 벨에게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중요도와 관계없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늦장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왔습니다.
늦장을 연구한 피어스 스틸은 늦장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일을 미루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지나친 자신감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늦장을 부린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신중함과 절제력의 부족, 충동성, 산만함 등이 늦장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도 밝혀졌지요.
저도 늦장 부리기 선수입니다. 학생 때 시험공부도 목전에 닥쳐서야 했고, 지금도 어떤 일을 미리미리 준비하기보다는 임박해서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면서 일이 목전에 닥쳤을 때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다는 말로 늦장을 정당화하기도 하지요. 물론 급하면 집중력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요. 늦장과 굿바이를 다짐해봅니다.
'스토리마당 > 염홍철의 아침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리사랑과 치사랑 (0) | 2023.11.07 |
---|---|
늦은 후회 (1) | 2023.10.31 |
세상만사가 역설인 시대 (0) | 2023.10.17 |
언제까지 숨 막히는 속도를 쫓아가며 살아야 할까? (0) | 2023.10.10 |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0) | 2023.09.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