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

언제까지 숨 막히는 속도를 쫓아가며 살아야 할까?

by 이치저널 2023. 10. 10.
728x90

 

살면서 순간순간 사라져 간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발소’라고 쓰인 촌스러운 간판, 큰 길가의 공중전화 부스, 달걀 노른자위 띄운 모닝커피, 신작로에 늘어선 전봇대, 우표가 붙은 손 편지, 퇴근길 아버지를 반갑게 맞아주던 딸들, 타자기, 삐삐 등 지금의 유행에는 맞지 않지만 적어도 그 시절에는 만족해하던 모습들입니다.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옛날의 습성은 사라져 버린 지 오랩니다. 뇌 기능의 대부분은 휴대전화나 컴퓨터가 대신해줍니다. 회식 자리에 가면 아이나 어른이나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마치 그 속에 더 엄청난 것이 들어있다는 듯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아주 씁쓸하지만, 그러나 자신도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만 나가도 모든 것이 단절되고, 그 많은 네트워크 속 친구들이 바로 곁의 가족보다 더 우선하는 세태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트랜드가 몹시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자고 나면 어제보다 더 반짝이는 것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오늘의 유행은 몇 주만 지나도 구식이 되어버리지요. 발 빠르게 변하는 트랜드를 쫓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꼭두각시가 되어버리지요. 언제까지 이렇듯 숨 막히는 속도를 쫓아가며 살아야 할까요?

요즘은 좀 뜸해졌지만 뉴트로(new-tro)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바 있습니다. 과거 몇십 년 전에 유행하던 복장, 그때 먹던 음식, 6070 세대들이 듣던 음악의 복고 현상이 일어났었지요. 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나 단순한 복고풍의 유행보다는 친근하고 편안한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행이나 트랜드를 넘어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는 의미가 더 강할 것입니다. 그러나 뉴트로의 핵심은 역시 개성에 있지요.

 

이렇듯 어느 시점에서는 멈춰서 뒤돌아보고, 개성에 맞춰 자신의 취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트랜드나 유행을 상업주의적 소비성향에만 맡기지 말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사려 깊고 성숙한 사회로 변모되도록 집단적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