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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

내리사랑과 치사랑

by 이치저널 202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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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이 아닌 사람으로서 부부만큼 오랫동안 사랑으로 결합한 관계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부의 사랑도 단계별로 변화를 겪지요. 젊었을 때는 불꽃 같은 열정이 있고, 나이가 들면 열정의 자리가 꾸준한 친밀감과 함께 만들어 내는 일들로 메워집니다. 그러니까 불꽃 같은 열정이 약해진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깊고 은은하게 지펴지는 화로 속의 빨간 숯불이 대신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친밀감이 노년에 와서는 헌신으로 변하지요. 언젠가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조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고 상가 구석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친구의 큰아버지는 “내가 암으로 고생할 때 자식이나 며느리는 다 필요 없더라. 내 아내만이 열과 성을 다해 나를 돌보더라.”라고 독백하시더군요.

그렇지만 세상의 아들과 딸들이여, 제 친구의 큰아버지 말에 너무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당신들의 자식들에게 부모에게서 받은 만큼 사랑을 쏟아부을 것이고, 비록 불꽃 같은 사랑은 사그라질지라도 당신 곁에는 은은하고 깊은 화로 속 따뜻한 숯불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여, 자식들이 좀 서운하게 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당신들의 부모에게 당신들이 자식들에게 쏟아부은 사랑만큼 못해 드리지 않았나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부모와 자식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치사랑의 사례를 종종 보게 되는데, 우리 모두 내리사랑은 물론이지만 치사랑도 실천하고, 이런 미담이 좀 더 확산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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