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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남해 가는 길 - 아득한 그리움의 바다. 3

by 이치저널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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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고요한 독일 마을

 

파란하늘에 물빛으로 부서지는 가을 바다의 해풍이 실려 오는 이국적인 정취가 싱그러운 언덕에서 이방인의 마을에 또 다른 이방인이 되어버린 나는 그들의 일상 속에 어우러진 삶의 공간을 따라 걸어 들어간다.

독일 마을이라는 수식어와 이국적인 건물과 간판이 이 땅의 끝에서 만나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바뀌고 독일 쾰른 거리를 걷는 착각을 일으키며 독일식 식당에서 시원한 흑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박미애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가난하고 헐벗어 암울했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뒤안길에서 만난 독일 마을의 풍경은 독일식 건축 양식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멋스럽게 지어져 있었으며 예쁘게 잘 정돈된 정원은 화사한 가을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화석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오랜 시간 전 우리 꽃다운 젊은이들은 광부로 간호사로 독일로 향했고 길고 긴 여정과 세월을 지나 그들은 우리의 아픔을 가슴에 품었고 독일인 들은 인생의 황혼에 아내의 고향 남편의 땅인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황혼의 노을 앞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이 땅의 간호사의 남편이자 광부의 아내가 된 독일인 들은 고향을 떠나 목마르지 않은 낙타의 발걸음으로 실크로드를 가로지르고 티베트의 산맥을 넘어 만주 벌판에 발자국을 남기며 한반도의 남해로 향했으며 남해는 게르만 민족의 후예인 그들을 불러들여 아름답고 찬란한 반도의 끝 한려해상공원이 보이는 언덕에 머무르게 했다.

푸르른 대양이 보이고 코발트색 하늘과 바다를 구별할 수 없는 양지바른 언덕에 삶의 꽃을 피우고 있는 그들은 꽃보다 아름다웠으며 그들이 이 땅을 위해 땀 흘려 씨앗을 뿌리고 이방인이 아닌 그들의 땅으로 정주의 삶을 살기 이전에 타국 땅 독일에서 고국을 그리며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철새처럼 본능적 회기의 순간을 꿈꾸다 남해군의 협조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며 독일파견 교포들의 삶의 공간이자 휴양지이며 독일문화 체험 공간이다.

이미 이방인이 아닌 그 들만의 낙원에 또 다른 이방인인 나의 발걸음이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한려해상공원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붉은빛으로 달구어지는 산 노을 물드는 낙조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며 그들의 진정한 황혼의 행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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