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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새벽에 아무도 몰래 온다.
극락강 제방을 넘어 밀려와서
활주로도 잠기고 아파트도 잠기고
가로수도 잠기고 모든 사물이 잠기고 만다.
안개의 바다위에 떠있는 부표는 아무것도 없다.
새벽비행을 준비하는 전투조종사에게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형체가 없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점령하여
부표도 없이 하얗게 잠기게 하는
안개가 원망스럽기 그지 없다.
어제 밤 예보를 보고
오늘은 새벽잠을
더 잘 수 있다고 기대하였으나
조조비행에는 별 지장없다는
작전과의 판단이 빗나가고
극랑강 제방을 넘어 모든 것이
갇혀버린 채
지척을 분간할수 없는 안개 세상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해가 떠오르자
강한 햇살에 쫓기어
안개가 주변 산발치를 돌아 떠나가는 것을 보며
우린 다시 비행을 시작한다.
언제 또 안개를 내 보낼지 모르는
극락강 제방 너머의 물속에
숨은 안개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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