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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 오고 있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엎혀서 오고
하늘에서는 조개구름을 타고 온다.
입추,처서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로, 상강의 절기가 왔고
입동이 오면 가을이 떠나고 이내 곧 겨울이 시작된다.
낙엽진 창가에는 추억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노을진 하늘에는 기러기 떼가 길게 자수를 놓고 있을 때,
서산에 비치는 건 갈 길이 먼 나그네의 그림자 뿐이네.
섬돌 밑 풀벌레 소리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을 때,
상실감과 허무에 마음이 아파지는 난
하늘을 향해 자비를 갈구하는
나목들의 심정을 느껴보게 된다.
그리고 어느 한적한 시골의 카페에서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오랜 추억속의 노래들을 들어보고 싶다.
수확기를 앞둔 빨간 열매들이 마음을
뜨겁게 해주고 있어,
깊어가는 가을의 붉은 그리움이
금방 되살아 날 것만 같아진다.
오랜 상념의 시간이 지난 뒤 카페문을 나서는 순간,
계절의 순환은 어찌할수 없는
숙명임을 깨달아 본들 난들 어찌하겠는가?
눈물처럼 지고 있는 낙엽의 몸부림 속에서
그리고, 늦가을을 떠나 보내는 스산한 바람속에서
이제 나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고
배부르게 찼다가도 한가닥 실오라기처럼
비울 줄도 아는 둥근 달을 본받으며 살고 싶다.
집착도 미련도 훌훌 벗어던지고 평화롭게 두둥실 떠가는
뜬 구름의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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