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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김월수의 갤러리 투어

실(絲, thread) 작가 이승 – 존재와 부재의 이중성

by 이치저널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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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수 my-oneone@hanmail.net

 

 

독특한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3차원적인 그림(three-dimensional picture)으로 구현

 

 

 

실(絲,thread) 작가 이승은 실과 실층으로 만든 사이 공간(interspace)에 색과 빛으로 채워진다.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연결하며 대상의 본질에 관한 시각적 탐구를 보여준다. 캔버스가 아닌, 실과 빛 오브제 등 사용하여 색의 분절과 색의 겹침(병치혼합)으로부터 독특한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3차원적인 그림(three-dimensional picture)으로 구현하고 물질의 현상 그 너머 초월적인 존재의 미학을 깨닫게 한다.

 

​snow wood 45×45cm Mixed media 2021snow wood 45×45cm Mixed media 2021

 

snow wood 45×45cm Mixed media 2021

 

3차원적 그림(three-dimensional picture)

작가는 사물 이미지의 중첩과 병치혼합(두 가지 이상의 작은 색 점은 촘촘히 배치하였을 때 멀리에서 보면 혼색되어 보이는 색 혼합 방식)을 적용하여 실(絲) 층의 공간들과 물감(시간의 흔적)의 층들이 서로 중첩(둘 이상의 것이 거듭해서 겹쳐짐)으로 이루어진 3차원 세계로서 3차원적 그림(three-dimensional picture)를 구현한다.

실과 실 사이로 드러난 다층적 공간과 시간이라는 조형적 구조를 형성하여 실제의 형상처럼 실 위에 색점이나 선으로 맺혔다가 사라진다. 잠재된 기억처럼 존재의 실체는 내면의 빛으로 다시금 발현된다. 이는 등고선과 지형 단면도처럼 의식의 초점으로부터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켜 나간다. 이러한 사이 공간(interspace)에 그려진 풍경과 인물 등 소재로 하고 여백을 살리는 구도 속에서 양감과 인물의 심리를 통해 섬세하고 세련된 현대적 미를 드러낸다.

<snow wood>(2021)에서 보면 빛과 그림자가 없는 동양화 작품을 보는 듯하다가, 잠시 후 안쪽의 빛과 함께하는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는 발(blind)이나 커텐 뒤에서 빛에 의해 강조된 이미지를 보게 된다. 여기서 중첩 현상 속에서 입체적 그림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론 철학적 사유로 이끈다. 이는 거시세계인 사물도 미시세계처럼 점·선·면으로 분해되다가 사라진다.

이것은 물리학에서 보면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 가지의 성질이 있는데, 입자를 공(空)으로 보고, 파동을 색(色)으로 간주한다면, 공(空)과 색(色)이 상호작용을 하여 전체가 하나를 이루면서 물질 만물의 실상을 표현한다. 불교적으로 보면 불이(不二)의 사상인 색과 공을 차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대립과 차별을 넘어선 일의(一義)로 관조할 것으로 본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snow wood

흰 여백처럼

텅 비운 허공의 눈으로 바라다본다.

낙엽 떨어진 나무와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

공간의 층 뚫고 솟아난 태양의 햇살

검은 그림자 저편으로 휘도는 시간

존재와 현상 사이

나는 지금, 그곳에 서 있다.

 

 “snow wood” 보고 쓴 시

 

 

coexistence Hepburn & butterfly 91×91cm Mixed media 2021, coexistence Hepburn & treer 91×91cm Mixed media 2021,

 

coexistence Hepburn & butterfly 91×91cm Mixed media 2021, coexistence Hepburn & treer 91×91cm Mixed media 2021,

 

홀로그램, 겹침과 펼침이 만든 다중 이미지(multi-image)

작가의 작품 제작과정을 보면 다색판화 기법(색을 분해하여 색의 수와 판의 수를 계산하고 적용한다)과 공예 기법(일직선의 실을 묶거나 격자로 엮는다.) 그리고 조각 기법(음각, 양각, 투각, 입체 조각, 상감으로 표현)과 조명의 빛을 응용한 오브제(작품에 쓰는 일상 생활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는 무관하게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해서 작품에 사용해 새로운 느낌을 주는 물건, 물체 등의 의미로 프랑스어)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에는 캠퍼스에 실을 붙이고 떼어내는 작업에서 영감을 얻고 이후 캠퍼스가 아닌, 3∼5개의 실 층 위에 병렬되듯 한 올 한 올 실을 묶어 틀에 고정하고 그 위에 붓으로 물감(oil)을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시공간의 층처럼 다층막(Multilayer)을 형성한다.

3D 홀로그램(홀로그래피의 원리를 이용하여 3차원으로 만들어진 입체적 시각 정보를 일컫는다) 그림인데, 2D 화면을 벗어나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 전달 방식으로서 입체상인 다차원적 그림(multidimensional picture)으로 볼 수 있다. <coexistence Hepburn & butterfly>(2021)와 <coexistence Hepburn & treer>(2021)에서 보면 건강과 장수를 의미하는 실타래처럼 실 위에 나비와 나무를 겹쳐서 표현하여 탈피와 변화, 불멸과 영원성이라는 소망과 기원을 담아낸다. 보는 이로 하여금 풍부한 감성으로 빠져들게 한다.

 

 

coexistence Hepburn & butterfly

 


시들지 않는 꽃처럼

아름답고 단아한 그녀

오드리 헵번

천년 세월 동안

크고 웅장한 느티나무

포용한 그늘의 마음

행복과 기쁨의 나날들

한 마리의 나비 춤

그 너그러움 손길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존재처럼

영롱한 별의 영혼이여!


 “coexistece Hepburn & butterfly”를 보고 쓴 시

 

 

coexistence Hepburn & Moroe 91×91cm Mixed media 2021,

 

다시점(多視點)으로 표현된 3차원적 그림(three-dimensional picture)

작가는 사물의 형상은 등고선의 색점(色點)을 테두리를 결합하거나 테두리를 패턴으로 결합하거나 매커니즘(mechanism)으로 설계하고 활성화로 이루어진다. 이는 하나의 선이 반복, 중첩될 때, 새로운 선의 성격이 나타나고 형(形)으로 인지되는 데 이미지와 외곽선의 경계로부터, 각 층(layer)의 평면상은 색점(色點)처럼 신경망의 형태 속에서 3∼5층마다 처음 층의 활성화로 시작되고 끝 층의 활성화로 가시화하는 자신만의 알고리즘(Algorithm)을 만든다.

<coexistence Hepburn & Moroe>(2021)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앞에서는 서로 겹친 얼굴인데, 왼쪽에서 Hepburn의 얼굴로 오른쪽으로 Moroe의 얼굴을. 보는 이로 하여금 바라본 각도와 위치에서 새로운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을 경험하게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당신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은 놀라운 속성을 찾아라”말과도 일맥상통한다.

 

 

coexistence Hepburn & Moroe



한 번뿐인 인생으로부터

우리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요정의 신비와 귀족의 기품(氣品)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금발의 백치와 성적인 매력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샛길처럼 평범하고 소박해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리라.

 “coexistence Hepburn & Moroe”를 보고 쓴 시

 

 

coexistence-Salvador Dali 45×45cm Mixed media 2021

 

실 위의 꿈, 존재의 빛과 현상의 색으로 빚어내다.

실(絲) 층과 실 위에 그림(색깔과 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실과 실 사이를 갈라서 보면 액자 면에는 아무것도 없다.(空) 이는 하늘과 땅의 경계에서 생명의 거미줄에 이슬이 맺히듯 화석처럼 쌓인 공간의 층들과 중첩된 시간들 속에서 실재처럼 존재하다가, 그 이면의 풍경으로 사라져 간다.

이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경계면 위에 실재하다가 사라지는 우주 변화의 원리에 담아내고 있다. 일찍부터 빛과 그림자를 의식적으로 표현한 서양화는 양감을 살리기 위해 사물의 표면에 밝고 어두운 부분을 동시에 나타냄으로써 표현함으로써 가능하다. 선묘가 중시되고 평면적이고 정신적 세계를 지향한 동양화에서는 양감을 강조한 빛 표현이 잦아들 뿐 아니라, 사물 밖으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동양의 선(線)처럼 실(絲)층 위에 밑색에서 어두운 색상을 올려주면서 양감을 표현한다. 서양화의 유화에서 덧칠해 밑색이 우러나오지 않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양의 채색화에서 덧칠한 밑색이 겹쳐지면서 색의 깊이감과 다양한 색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점처럼 종횡으로 이루어진 선의 층들이 겹치면서 면이 되고 입체 그림으로 완성된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오브제로 사용된 내부 조명(내적인 빛)은 3차원 현실 공간이 아닌, 새로운 초월적 정신 공간을 화면에 창출한다.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창가의 여인을 패러디한 <coexistence-Salvador Dali>(2021)은 바다의 풍경이 아닌, 도시의 풍경으로 바뀌어 놓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사색에 빠진 소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도시의 풍경 저편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coexistence-Salvador Dali



집 안에서 닫힌 창문 열고 밖을 내다보듯

나는 상상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쫓고 쫓기듯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

끊고 이어지듯 인도를 빠르게 걷는 사람

내가 잠시 쉬는 동안에도

세상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coexistence Hepburn & Moroe”를 보고 쓴 시

 

 

Lets fly carp-lotus_145×145cm Mixed media 2021

 

존재의 실상(실체) 파헤치는 공(空)사상

선(線)과 실(絲) 사이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은 그때그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그 너머에 본질과 실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이 별개의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일깨운다. 시간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떠한 물질도 결국은 공으로 돌아간다. 삼라만상의 실체란 본래가 공한 것으로서 인연에 따라 잠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텅 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색(빛, 색채, 모양, 상태, 형상)은 물질적 현상이며, 공은 실체가 없음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색 속에서 실상을 발견하는 원리를 밝힌 것인데, 색이 현상적인 고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색이나 공에 대한 분별과 집착을 떠나 곧바로 그 실체를 꿰뚫어 보라는 데 있다.

불교의『반야심경』에서“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며,“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 여기서 말하는 색은 물질이고 공은 실체가 없는 아무것도 없다(無 또는 0)는 것이 아닌 공한 성질(空性) 즉 비어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무는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 것이고, 공이란 있는 듯 보이지만 따져보면 그 존재의 실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실제로는 없다는 의미이다.

<Lets fly carp-lotus>(2021)는 파동치는 물결 저편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잉어를 본다. 물질의 현상, 그 이면의 세계로부터 존재라는 공(空)의 본성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존재’의 개념은 공(空),무(無),도(道),‘텅 빔’과 같은 이름으로 가리켜 왔고 공(空)라는 것은‘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이 아니라, 무엇(No-Thing)이다라고 본다.

티벳 라마 고빈다의 말을 빌리면“색(色)과 공(空)의 관계는 서로 배타적인 대립의 상태로서 생각될 수 밖에 없으며, 다만 동일 실체의 양면성으로서 공존하면서 연속적인 협력 관계 속에 존재한다.”

프랑스의 작가·철학자 사르트르의『존재와 무』에서 "존재를 통해 무가 출현하는데, 그런 존재는 자신의 존재에서 존재의 무가 문제인 존재이다. 존재를 통해 무가 세계에 도달하는데, 그런 존재는 자신의 고유한 무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였다.

노자의『도덕경』에서 무(無)란 도의 작용이 있기 전, 파악 할 수 없는 것을 무라고 하고 파악 할 수 있는 것을 유라고 한다. 무(無)란 절대적인 무는 현상계에서는 포착할 수 없고 상대적 무는 우리의 현상 세계에서 포착이 가능한 운동, 상태를 뜻한다.

《주역(周易)》계사하전에서“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뜬다. 해와 달이 해와 달이 서로 교차하여 밝음이 생긴다.”(日往則月來 月往則日來 日月相推而明生焉)

 

 

Lets fly carp-lotus



짙은 어둠 저편

광명처럼 존재의 뿌리로부터

뭉게구름 지나간 그 자리

남겨진 바람의 그림자

파동치듯 시간의 궤도

공명하듯 울림과 떨림 속에서

푸른빛 수면 위로 피어난 연꽃

춤추는 잉어떼의 사랑

 

 “Lets fly carp-lotus”를 보고 쓴 시

 

 

Let’s fly carp-Love is 45×45cm Mixed media 2021

 

현상의 실재와 존재의 실체로부터, 공(空)의 본성를 깨닫게 한다.

현대미술에서 예술가는 사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보다는 자신만의 언어와 철학을 통해 어떻게 표현하는 지 여부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Let's fly carp-Love is>(2021)은 장수와 재물의 복를 상징하는 물 속에서 헤험치는 잉어가 있다. 2차원 평면의 그림이 아니라, 눈으로 본(想) 출렁이는 물결 속의 3차원 그림에서 헤험치는 잉어를 경험(識)한다. 삼태극처럼 회전하는 운동감과 생동감을 표현되고 프랙탈 구조로 역동성과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세계에서 실재(실제로 존재함)와 실체(있는 사실이나 현실 그대로)의 구현하고 그 이면의 세계로부터 존재라는 공(空)의 본성을 깨닫게 한다. 이승작가의 예술철학은“채우느냐, 비우느냐(Filling or Emptying)”,“내면을 비우고 화면은 다시 채우는 작업의 기본 개념 위에 동양적인 철학을 투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작가는 “아방가르드(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어난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따위의, 기성 예술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한 혁신적인 예술 운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의 정신을 추구한다.”라고 말한다.

 

 

Let’s fly carp-Love is

 

얼키설키 우주 시공간

우리은하의 중심처럼

존재 안(0, ∞)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경계면

창조의 시간

바람 모습에 잠든

불의 숨결로부터

고요히 흐르는 강

노니는 세 마리 잉어

 

 “Let’s fly carp-Love is” 보고 쓴 시

 

 

이승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 5회(2021.6.16~ 6.21) 및 경인미술관 기획 초대전 등을 비롯해 기획·단체전에 150회 참여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신미술대전, 경향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단원미술대전 우수상 등 수상하였고 ART FAIR- SCOPE BASEL 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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