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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

우리 집 빵 사 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by 이치저널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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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시인이라 더욱 친근감이 있는 이면우 시인의 <빵집>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거기에 ‘집 걱정하는 아이’를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빵집에 앉아있는 아이가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 님, 우리 집 빵 사 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라는 글을 유리창에 붙여놓았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제가 어렸을 때 집 걱정을 했는가 회고해 보았습니다. 모두 엇비슷한 처 지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집 걱정을 하였지요. 정확하게 말 해 걱정이라기보다는 관심이었습니다.

 

 

이면우 시인의 시에 나오는 빵집 아이의 응원 덕에 그 부모는 천군만마보다 더한 용기와 힘 을 얻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귀갓길 버스 속에서 빵집을 바라보던 시인은 빵집 아이의 눈높이 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인은 ‘집 걱정하는’ 아이의 진지함과 솔직함 앞에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라고 고백합니다.

베이커리도, 제과점도 아닌 그저 ‘빵집’의 빵은 실은 밥과 다르지 않습니다. 빵은 팔리는 그 순간 밥으로 바뀌고, 밥은 모두에게 삶이자 집입니다. 이면우 시인의 <빵집>을 읽으며 나 혼 자가 아닌 ‘아, 우리 함께 살아내고 있구나.’ 하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국수와 냉면 같은 면 음식을 즐기지만, 빵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유일하게 즐겨 먹 는 빵이 있다면 ‘단팥빵’이지요. 팥을 삶아 으깨어 설탕과 버무린 ‘앙꼬’가 둥글납작한 갈색의 빵 안에 조그만 원을 중심으로 빙 둘려 있는, 예나 지금이나 어느 빵집을 가던 가장 쉽게 구 할 수 있는 빵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귀갓길에 빵집에 들려 단팥방 몇 개를 사 들고 들어가야겠습니다. 내일 중요한 강의 가 있어 오늘 저녁 맛있는 빵을 먹겠습니다. 그 빵집에도 ‘집 걱정하는’ 속 깊은 아이가 자리 하고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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