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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

보수와 진보

by 이치저널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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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좌파-우파나 보수-진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과는 좀 다릅니다. 그것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이념적 흑백논리가 고착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좌파 또는 진보는 공산주의 신봉자, 우파 또는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라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우파 또는 보수 측에서는 여전히 좌파=친북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좌파 또는 진보 측에서는 우파는 독재 또는 미국적 자본주의의 전파자들로서 ‘인권’과 ‘양극화’에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이라고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국제적으로도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분명 존재하고 양자의 정책적 지향도 다르지만, 보수·진보, 좌파·우파라는 ‘기계적 구분’은 하고 있지 않지요. 오히려 국제적으로는 양 진영의 정책이 서로 수렴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논쟁은 많이 약화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한두 가지 들어보면, 양당제의 미국은 일단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과 진보적인 민주당으로 나뉘어 있지요. 영국에서는 ‘보수’와 ‘노동’이라는 이념이 당명에 반영된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양당은 보수와 진보의 정책이 상호수렴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수당이 정치적 이익을 보았지만, 당내의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 확충, 노동 이사제 도입, 기업 경영진 보수 제안 등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당시에 2017년 총선이 있었는데 노동 계층이 44퍼센트가 보수당을 지지하고, 노동 계층 43퍼센트가 노동당을 지지하여 오히려 보수당이 노동 계층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았습니다. 지지기반의 계층과 성향이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보수 성향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였고, 집권 시에도 신자유주의와 배치되는 ‘사회적 경제’를 장려하였으며, 진보적인 노무현 정권에서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한미 FTA를 앞장서 추진했습니다.

이럴진대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진보는 사회주의로 고정해 놓고 서로를 극단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합리적인 중도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지요. 오히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영국의 보수당이 노동당보다도 노동 계층의 표를 더 많이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독일에는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자유민주당이 의회에 1석도 진출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등장 이후 세계의 많은 지식인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정치권에는 민심, 특히 지식인들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현상을 개괄해보았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평행선 위에서 각자 달리게 할 게 아니라 자제력을 가지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비판을 수용하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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