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인간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는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 연구가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지 후속 기사를 보지 못했는데, 당시 흥미 있는 연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원한다면 기억하는 내용 중 고통스럽거나 잊고 싶은 내용을 선택해서 영원히 기억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 같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면 무척 불행한 삶일 테니까요. 그 뉴스를 접할 당시, 저 역시 삭제하고 싶은 기억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무모한 상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대부분 사람이 과거의 아픈 상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기지만,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학술적 논쟁도 있지요. 프로이트는 우리가 괴로움에 시달리는 것은 과거의 일에 원인이 있다는 이른바 트라우마 이론을 정립한 데 반해, 아들러는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는, 기존 심리학의 인과법칙을 뒤집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프로이트나 아들러 중 한 사람의 이론에 찬성하지 않고, 개인의 의지에 따라 프로이트의 원인론에 따라갈 수도 있고, 아들러의 목적론에 부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장 첫 줄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라는 구절이 나오지요. 자신이 당하는 불행에는 핑계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 속에서 갈피마다 보물처럼 숨어있는 ‘단순한 행복’도 있겠고, ‘아픈 상처’도 있겠습니다. 행복은 행복대로, 상처는 상처대로 그것의 주인공인 내가 내 삶에 긍정적인 요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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