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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

언제나 봄

by 이치저널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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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었던 땅이 풀리고 흙이 부드러워지면서 온갖 생명들이 파릇한 싹을 쳐들고 땅 위로 나오겠지요. 얼마 전 베란다에 내놓았던 화분의 잎이 얼어서 노랗게 변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무들에 대한 애정을 덜 쏟았기 때문이겠지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날이 조금 풀리자 둥치 맨 밑에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반색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녀석은 일 년을 더 버텨 생명을 연장했지요. 올해도 이 나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란 한없이 경이롭고 소중한 무엇이지요. 또,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 노란 잎이 사라지지 않은 화분을 어루만지면서 ‘미안해. 더 살아줘.’라고 속삭여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봄은 짧아서 더 애잔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보다도 요즘의 봄이 더 짧은 것 같습니다. 짧은 개화, 설렘, 화려하지만 어느 때는 슬픔까지 스며든 것이 봄의 속성인 것입니다. 모든 것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걸, 봄날은 이렇게 와서 또 이렇게 가는 거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봄은, 어찌 보면 매정한 연인과 같지요.

 

그러나 봄은 따뜻합니다. 항상 우리를 감싸줍니다. 그래서 이해인 시인은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우리는 봄이라고 부른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봄은 계절의 의미를 뛰어넘습니다. 그래서 이해인 시인은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라고 했겠지요.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인 봄이 우리 곁에 당도했습니다. 지금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라는 자각은 삶의 면면을 더욱 부각하게 됩니다. 매 순간 지금 여기가 더욱 소중해지네요. 매혹적인 계절에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나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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