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raise me up”이라는 팝송이 있지요. 이 노래가 한창 유행일 때 이 가사와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성과’와 ‘가치’의 충돌을 생각하면서 다시 이 팝송의 가사를 소환합니다. 이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저는 그 노래를 듣다가 왜 작사자는 흔하게 쓰는 ‘I can do’라고 하지 않고 ‘I can be’라고 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I can do’는 행동과 성과를 나타내지만, I can be는 존재와 가치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이 노랫말에서는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 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 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지요. 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누구든지 성과보다는 가치를, 현실보다는 명분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막상 자기 일일 경우는 잣대가 달라집니다. 욕심을 버리고 가치와 명분을 선택했을 때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도, 그것을 초월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지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저도 세속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가 TV 드라마 대사 중에 “나에게 생명을 걸 수 있겠느냐?”라고 물으니 상대방은 “생명보다 내 이름 석 자를 걸겠다.”라고 답하더군요. 그 대답을 한 사람은 아마도 평소 생명보다 명예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이 대사를 들으면서 이익보다는 명예, 현실보다는 명분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습니다.
그동안 가치와 이익 사이에서 갈등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가치와 명분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더 현명하고 진솔한 판단을 할 수 있기를, 찬연한 봄 햇빛 속에서 부드러운 대지에 새싹이 돋듯 새로운 생각이 돋아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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