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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란교의 행복사냥

저 사람 복 받을 만한 그릇입니까?

by 이치저널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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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 그릇은 내 얼굴을 닮았을까? 복 그릇은 내 마음보다 클까? 복 그릇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복 받을 짓을 하면 정말 복을 받을 수 있을까?

금이 간 항아리에 복을 쌓으면 복이 머물 수가 없다. 복을 짓는데도 자꾸 새어나가면 이를 유루복(有漏福)이라 한다. 지어 놓은 복이 새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면 무루복(無漏福)이라 한다. 피땀 흘려 수확해둔 농작물을 생쥐가 야금야금 빼먹으면 며칠 가지 않아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 수확물을 옆집에 사는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었다면 그만큼 큰 복이라도 짓는 것이 될 터인데 말이다. 아무리 많은 재물도 새는 곳이 있다면 금방 줄어들게 된다. 복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러니 복이 허투루 새어나가지 않게 잘 다스려야 한다.

 

 

복이라는 실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복 그릇을 크게 준비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내려주는 무량대복(無量大福)을 담아낼 수 있지만, 작은 그릇을 준비한 사람은 자신이 준비한 그릇의 크기만큼만 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무량대복을 받으려면 무량한 복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복은 보이지 않은 곳곳에 널려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한다면 그곳에 떨어진 복은 오롯이 내 몫이 될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면, 그 사람 주위에 있는 복이 나에게로 몰려올 것이다. 일상에서 복을 짓고 복을 나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복 그릇을 키운다는 것은 몸과 입과 생각(身口意)을 잘 다스려 일상 그 자체가 복 짓는 일이 되게 하면 될 일이다. 지어먹는 복은 내가 짓는 밥처럼 내 몫이기에 내 마음대로 쓸 수가 있다. 그러나 주어지는 복, 구하는 복, 받는 복은 내 몫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온 것이니 내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 이 복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복(福)이란 무엇인가? 한자를 파자(破字)해보면, 보일 시(示), 한 일(一), 입 구(口), 밭 전(田)이 합해진 글자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간혹 ‘신이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복 있는 말을 전하여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린다.’라고 풀어보기도 한다. 한 입이 다섯 입을 거두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복 받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재앙이 닥치는 것은 바퀴벌레 보듯 싫어한다. 그런데 예로부터 전해오는 글들을 보면 복이라는 글자 옆에는 화(禍)라는 글자도 자주 보인다. 복을 지나치게 탐하면 화도 따라온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한 문구들을 일별 해본다.

 

화복무문유인자초(禍福無門惟人自招) : 화와 복에는 문이 따로 없음. 오직 사람이 스스로 부르는 것임.

화복유기(禍福由己) : 화나 복은 자기에게서 말미암는다는 뜻으로, 화나 복은 자기 스스로 부르는 것이라는 의미.

화복동문(禍福同門) : 화나 복은 같은 문에서 생긴다는 말.

화여복린(禍與福隣) : 화와 복이 서로 이웃한다는 뜻으로, 복이 있으면 화가 있고, 화가 있으면 복이 있다는 의미.

화복의복(禍福倚伏) : 화나 복이 서로 의지하고 엎드린다는 뜻으로, 화 가운데 복이 있고 복 가운데 화가 있어 화와 복은 항상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의미.

화복상생(禍福相生) : 화와 복이 서로 생긴다는 것. 화와 복이 서로 번갈아 일어남을 뜻함.

양화구복(禳禍求福) : 재앙을 물리치고 복(福)을 구함.

화혜복지소의(禍兮福之所倚) : 화와 복은 서로 의지(依支)하고 있음.

원화소복(遠禍召福) : 화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임.

복연선경(福緣善慶) : 복(福)은 착한 일에서 오는 것이니, 착한 일을 하면 경사(慶事)가 옴.

복생어미(福生於微) : 복은 작은 것에서 생긴다는 뜻, 행복은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싹튼다.

다행다복(多幸多福) : 운이 좋고 복이 많음.

복덕원만(福德圓滿) : 복과 덕, 즉 행복(幸福)과 이익(利益)이 넘쳐흐를 정도(程度)로 가득함.

복과재생(福過災生) : 복이 너무 지나치면 도리어 재앙이 생김.

무량대복(無量大福) :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복.

복인복과(福因福果) : 복덕의 인(因)으로 말미암아 복덕의 과보(果報)를 얻음.

무망지복(無望之福) : 바램이 없었던 복이라는 뜻으로, 뜻밖에 얻은 복이나 행운.

일본의 사상가 고다 로한은 『노력론』(비전코리아 출판)에서 삼복론(三福論)을 강조했었다.

첫째 : 석복(惜福). 타고난 복을 아껴 쓴다. 이는 타고난 복을 아끼고 아껴서 복 그릇을 키운다는 의미다. 복을 아낄 줄 알아야 복이 찾아온다.

둘째 : 분복(分福). 다른 사람을 위해서 복을 나누어 준다. 내 복을 나눠서 타인의 복 그릇을 키워준다면 결국에는 타인의 복 그릇 덕분에 내 복도 커진다는 의미다.

 

셋째 : 식복(植福). 세상 사람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크나큰 행복을 만든다는 의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복 그릇을 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 봉사하며 복의 씨를 심는 것이다. 내가 심은 복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

 

복은 스스로 아끼고 나누고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복은 하나도 없다. 버릴 복도 하나도 없다. 예쁜 말을 하고 예쁜 미소를 짓는 것도 복을 짓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말을 자주 하면 복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복 있는 말은 결과론적으로 자신을 위한 기도가 된다. 박복(薄福)하면 자기만 생각하게 되나 다복하면 모두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복을 나누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복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올해는 다복다행(多福多幸)한 사람이 되어보자.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복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은 없다. 떠먹여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복은 없다. 제 발로 복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던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나에게 ‘복 좀 주세요’ 보다 내 ‘복 좀 가져가세요’를 외치는 것이 외려 더 큰 복을 짓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입이 방정이고 때로는 입이 보살이다. 화복동문을 화복동구(禍福同口)로 바꾸면 딱 들어맞는 말이 된다. 복 있는 말을 계속하다 보면 복은 저절로 들어온다. 축복의 말이 당신의 축복을 만든다. 희망이 담긴 말, 행복을 부르는 말이 당신의 희망을 부르고 행복을 부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준다고 하여 내 복이 줄어들거나 작아지지는 않는다. 그 곱으로 커질 것이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뿌려놓은 복은 이자 쳐서 돌아온다. 어쩌면 자신이 받는 복도 매 순간 다른 사람 마음에 뿌려둔 복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흘려주는 복, 작다고 생각 말고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머물게 해보자.

‘넌 할 수 있어’, ‘난 널 믿어’, ‘넌 참 멋진 사람이야’, ‘넌 어떤 일이든 해낼 충분한 능력이 있어’, ‘내 곁에 네가 있어 행복해’, ‘한 번 해보자’ 등등. 이런 말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복을 심는 말이다. 그냥 입으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 감사의 말, 축복의 말, 한두 마디씩 던지면 되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를 외치면 정말 복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은 상대방도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이것이 복 나눔의 첫걸음이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예쁜 말을 툭 던져 보자. 복은 내가 내뱉은 말이 부른다. 다복해지고 싶다면 복 있는 말을 입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불평불만과 동업하면 안 된다. 내가 조금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른 사람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수시 때때로 비교하다 보면 불평불만 제조업자가 되기 쉽다.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복을 더 가져오려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보다 내가 나누어준 복이 부족한지를 살피면 될 일이다. 우리는 복 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간혹 ‘저 사람 복 받을 만한 그릇입니까?’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예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어야겠지요?

얼굴에 피는 웃음꽃에는 천 만금의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을 향한 나의 웃음은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복을 나누는 것이 된다. 그야말로 돈 안 들이고 복을 짓는 방법이다. 찡그리고 화난 얼굴에는 복이 들어오지 않는다. 금이 간 얼굴에는 복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방긋방긋 미소 짓는 얼굴과 우락부락 화난 얼굴이 있다면 아름다운 복이 어느 얼굴에 머물려 하겠습니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으니 ‘하하하하하하하! 희희희희희희희! 후후후후후후후! 해해해해해해해! 호호호호호호호!’ 하고 큰소리로 웃어보면 좋겠다.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을 내리지 않고, 사람은 짓지 않은 죄는 받지 않는다(天不降不作之福, 人不受不作之罪). 복 받으려면 복 받을 짓을 해야 한다.

나는 너의 복을 빌어주고 너는 나의 복을 빌어주고 우리는 이웃의 복을 빌어주고...

올해는 ‘~~ 해야 하는데’, ‘~~ 하면 뭘 해?’라는 말은 멀리하고, ‘~~ 해봤어’, ‘~~하면 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돈을 아끼고 좋아하는 것처럼 주변 이웃을 향해 그렇게 축복해주면 좋겠다. 나를 위한 기복(祈福)보다는 너를 위한 축복(祝福)의 기도가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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