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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짧은 동화 - 슬픔이의 기적

by 이치저널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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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doyeonlee3@navet.com

 

 

어느 외딴 섬에 슬픔이라는 요정이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슬픔은 무지개를 먹고 사는 요정이었어요.

슬픔이는 한참 슬퍼하다가 배가 고프면 무지개 폭포로 갔어요. 섬에 하나밖에 없는 폭포에 오색 무지개가 뜨곤 하였지요. 슬픔이는 무지개를 조금씩 떼어먹었어요. 슬픔이가 배가 고플 때마다 무지개는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다음 날이면 새로운 무지개가 뜨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붉은 악마의 장난으로 무지개가 뜨지 않았어요.

슬픔이는 더욱 슬픔에 잠겨버렸고 섬은 악마의 마법으로 인해 나쁜 병균이 우글거리는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꽃들은 시들었고 곤충 친구인 나리와 벌이 남매도 더는 슬픔이 에게 놀러 오지 않았으며 예쁜 목소리를 가진 새 친구인 별이와 슬아는 무서워 둥지에서 꼼짝 안 하고 평상시처럼 부지런을 떨며 요란스러운 아침 인사도 하지 않았어요.

동물 친구인 곰비와 임비 형제도 놀이동산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슬픔이는 너무 외롭고 배도 고파 지치고 힘이 들어 점점 말라갔어요.

그러나 슬픔이는 이대로 주저앉아 악마에게 당할 수만은 없었어요. “그래 힘을 내자!” 용기를 내어 악마와 싸우기 위해 희망이라는 꽃과 용기라는 꽃을 열심히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희망과 용기라는 꽃이 활짝 피면 마법의 주문을 풀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는 전설이 오래전부터 이 섬에 전해 내려오고 있었답니다.

사실 그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슬픔이의 할머니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였지요.

희망과 용기라는 꽃은 악마의 마법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슬픔이는 이 꽃들을 키우는 방법을 할머니에게 배우지를 못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슬픔이는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키우기가 정말 까다로운 꽃이었어요. 희망과 용기는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거나 신경을 안 쓰면 금세풀이 죽어서 마르고 시들해지기 일 수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슬픔이는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했어요.

멀리 걸어가서 물을 길어 매일 주었고 악마가 장난을 쳐서 물을 못 길어 올 때는 물 대신에 슬픔이의 눈물을 주기도 하였답니다. 아침에 일어나 희망아 용기야 안녕 인사를 하면 희망과 용기는 반짝반짝 빛을 내며 슬픔이의 인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도 희망과 용기는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지 항상 반짝거리기만 하였습니다. 점점 지쳐가는 슬픔이는 애가 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온몸에 열이 나고 힘이 빠져 자리에 눕고 말았어요. 슬픔이는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지고 답답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너무 힘들었고 매일 밤 마법에 걸려서 악몽을 꾸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그러나 슬픔이는 희망과 용기를 끝없이 생각하며 힘을 내서 잘 참고 이겨 내어 희망과 용기에게 물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을 번쩍 뜨고 힘차게 일어났습니다.

순간 슬픔이의 방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머리맡에 키우던 희망과 용기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어요. 슬픔은 너무 기뻐서 큰 소리로 만세를 외치며 즐거워했어요.

창문을 열자 고운 햇살이 밀려들었고 폭포에는 오색 무지개가 떠올랐어요! 숲에는 말라가던 나무들은 싱싱하고 파랗게 빛이 나고 곤충과 동물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슬픔이는 너무 기뻐 손뼉을 치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날아갈 것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 후로 슬픔이는 이름을 기쁨이라고 바꾸고 더는 울지도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지개를 먹지 않아서 폭포에는 예쁜 오색 무지개가 항상 걸려 있었고 외딴섬에는 즐겁고 행복한 동물들과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져서 기쁨이는 항상 행복했답니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동화의 나라에서 꿈꾸는 세상을 지나 걷다 보니 소리 동산의 아름다운 울림이 나비 동산에도 가득 고이는 그날을 기약한다.

나비 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애벌레에서 부화하여 오색 옷으로 갈아입은 각종 나비들의 춤사위를 기억하면서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글귀가 생각난다.

원래는 번데기가 날개를 달린 나비로 변하여 날아오르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만 번잡한 세상의 일상에서 벗어나 신선처럼 지내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이며 또한 술에 취하여 도연(陶然)한 모습을 일컫기도 한다.

소동파(蘇東坡)의 <전(前)적벽부>에 나오는 말로 “훌쩍 세상을 떠나 홀로 나비처럼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에서 비롯된 글이다.

나의 삶 또한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우화등선하여 이렇게 속세(俗世)에 속박(束縛)됨이 없이 자기(自己)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내며 자유로이 산책을 즐기고 있으니 신선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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