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노을 속에 저무는 나무

by 이치저널 2022. 2. 7.
반응형

 

 

이도연 doyeonlee3@naver.com

 

 

일상의 삶 속에도 명언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은 공간 속에 스미고

공간 속 시간은 해체되어 소멸하고

생성하길 반복하여

유한하며 무한한 시공을 흐른다

 

늙은 강의 하구는

중력에 끌려 물러서고 달려들어

거스르고 거역할 수 없는 운명처럼 흘러

넓고 도도한 은빛으로 눈부시다

 

어둠과 밝음은 서로를 교차하며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저마다 삶의 시간 속을

투명하고 명징한 모습으로

난파와 좌초를 반복하며 하루를 걷는다

 

일상의 하루가

생의 한 가운데로 나아갈 때

흐르는 것인지 떠밀려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운명이 교차하며 일으키는 파열음 속에

방향을 상실한 존재의 감각은

마모되고 무디어 힘없이 허물어져 내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혼돈 자아 속으로 산개되고 전개되며

태고의 시간을 방황하며

 

홀로 가야 할 가여운 생의 저편

노을 속으로 저물어 가고 있다.

숲속 산책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작가

 

숲길을 걷다 보면 비슷한 장소에서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세 분하고 자주 마주친다. 친구 사이 정도로 보이는 이들은 어제나 무슨 할 말이 많은지 멀리서부터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세 분의 몸무게를 합치면 일반 여성들 평균 이상으로 중년 여성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몸무게가 제법 나갈 것이다.

아마도 어느 날 세 분의 친구는 의기투합해서 날로 불어나는 뱃살과 전쟁을 선포하고 숲속 걷기를 도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덕은 끝날 줄 모르고 거친 숨은 멈출지 모르며 덜커덕거린다. 앞서가던 친구 하나가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깔깔거리며 한마디를 한다.

차체는 대형인데 엔진은 소형을 달았으니 당연히 힘들 것이고 타이어는 부실하고 달아서 미끄러지니 비틀거릴 수밖에 더 있나 외관 만 번지르르하게 코팅된 명품 등산복만 입으면 뭐 하냐 하면서 서로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녀들을 바라보며 같이 한번 웃어 보이고 천천히 쉬어가며 오세요. 라고 인사말을 남기며 길을 가다 생각해 보니 참으로 농담 속에 가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세태를 보면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그런 부류 중에 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체면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 못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자책을 하며 반성을 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중간에 저명인사의 명언을 써놓은 팻말을 보면서 명언은 꼭 유명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일상의 삶 속에도 명언은 얼마든지 있구나 생각하며 유쾌한 웃음을 지어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