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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경주" 천 년의 숨결을 찾아서 - 안압지

by 이치저널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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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doyeonlee3@navet.com

 

 

뛰어난 토목기술을 접목한 건축미와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안압지

 

 

 

 

여기가 경주구나

 

천년의 숨결로 호흡하며 조상의 빛나는 얼이 깃든 경주는 고즈넉하고 정갈하다.

보문호수 주변으로 잘 정돈된 도로와 호텔의 시설물들이 가지런히 정비 되어있고 옛 신라인의 정토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가 난다. 오랜만에 와보는 경주는 언제나 수학여행 같은 느낌이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와서 교과서에 사진으로 나와 있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실제로 만나보는 시간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동남향으로 천 리를 달려온 경주와의 여행은 과거의 추억으로 시작되었다.

회사를 퇴직하고 다시 찾은 전 회사의 혜택을 받아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호텔 건물을 바라보니 감개가 새삼 무량하다.

재직 시절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며 포상도 승진도 중요하지만 잔잔한 감동과 흐뭇함을 준 것은 가족들과 함께 회사에서 운영하는 수련관이나 하계 휴양소를 찾았을 때의 뿌듯함이다.

우리 아들 잘 둬서 이렇게 좋은 곳도 와본다고 하시는 부모님이나 형제들의 말에 우쭐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밀려온다.

이곳의 즐거움을 함께했던 부모님은 멀리 떠나가시고 세월이라는 시간을 지나 이곳 정문에 다시 발을 들인다.

유리로 장식한 투명한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건물의 정 중앙 공간을 텅 비워 넓고 높은 느낌을 주며 원형으로 배치한 숙소에서는 높은 천정의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지하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조각상과 수초로 장식한 조경이 멋지고 분수와 조명이 어우러져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훌륭한 숙박 시설하며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와 상냥한 미소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중간에 식사하고 오후 늦게 도착한 탓에 조금은 지치고 피로했지만 마음은 신라 천 년의 꿈속에 들떠 있었다. 뷔페식으로 나오는 저녁 식사는 금강산도 식후경을 하기에 너무도 훌륭한 만찬이었다.

동쪽 하늘 노을 너머로 어둠이 밀려오는 천년 고도의 야간 여행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안 압 지

 

동해 파란 물결 위에 일렁이던 태양이 서쪽 산기슭 왕릉 옆으로 뉘엿뉘엿하게 기울 무렵 저녁 신라의 숨결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부산을 떨며 호텔 정문을 출발하였다.

안압지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니 한낮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휘영청 보름달이 대신 떠 있다.

안압지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초록 물결 사이로 연꽃이 들판을 이루고 있다.

고대 신라 시대에 축성된 인공연못으로 궁 안에 연못을 파고 진귀한 화초를 심고 주변에 화려한 전각을 세워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당시 신라인들의 풍요로움과 뛰어난 토목기술을 접목한 건축미와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색색의 조명으로 장식한 안압지의 전각들은 빛과 단청의 조화로 동서양의 만남을 통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달빛 아래 건물은 호수를 압도하고 안압지의 고요한 물결 위에 또 다른 전각을 지어 물 위에 비치는 달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수를 놓고 있다.

안압지에는 연분홍 수련이 고고한 자태로 달빛을 반사하며 흔들리고 연꽃잎에 머물던 옥구슬처럼 구르던 물방울이 커지면 아낌없이 몸을 숙여 옆의 이파리 위로 도르르 물방울을 비운다.

전각과 전각 사이의 넓은 터에는 정 방향 주춧돌들이 놓여있고 주춧돌 숫자나 크기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안압지 주변에서 출토한 각종 유물은 그 당신 화려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기와의 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아래쪽으로 흘러내리는가 하면 도도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며 선과 공간이라는 여백을 통한 아름다움의 백미를 연출한다.

고풍스러운 단청을 아로새긴 기둥 위 활처럼 몸을 날렵하게 하늘을 찌르는 기와 선 위로 달빛을 품에 안은 구름이 은은하게 흘러가고 구름 속에는 붉은 기운이 감도는 보름달이 전각 위에 두리둥실 걸려 있다.

전각의 그림자가 달빛에 반사되어 호수 위에 일렁이며 반짝이는 별 무리가 내리는 하늘과 호수에서 아름다운 빛으로 사방으로 흐드러지며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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