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중국 출장을 갔을 때 손가정(孫家正) 당시 문화부 장관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문화부 장관만 10년을 한 사람답게 의미 있는 말을 했습니다. 그의 집무실에서 두 시간쯤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도 저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는 한마디의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고픈 사람은 한 가지 걱정만 있지만, 배고픔이 해결되어 배가 부른 사람은 여러 가지 걱정을 갖게 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가난해도 마음이 있으면 나눌 것이 있고, 부자라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혼자만 갖기에도 모자랍니다. 자연의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부족하고 모자란 듯한 상태가 최상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식물이 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려면, 환경이 적당히 결핍되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예쁜 꽃을 피우라고 물과 영양제를 충분히 주면, 이파리만 무성해질 뿐 결국에는 어떤 꽃도 피우지 못합니다. 부족함이 없는 그 식물이 종적을 잇기 위한 꽃을 피울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위에서 얘기한 손가정 장관과 법정 스님의 말씀은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얘기일 것입니다. 손가정 장관의 말을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배가 부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교훈은 절제하고 나누는 미덕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렇다면 법정 스님이 모든 것이 내 마음 안에 있다는 것과 상통하지 않을까요?
오늘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절제와 균형입니다. 어느 작가가 말한 것처럼 “강하나 과하지 않고, 조용하나 침묵하지 않으며, 확실하나 오만하지 않은 것”이 절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원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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