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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란교의 행복사냥

더럽게 자존심 건드리는 사람

by 이치저널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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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곧 마음이다. 마음이 쌓여서 모양이 되어 밖으로 나온다. 인격이 묻어나는 말, 사랑이 넘쳐나는 말도 마음에서 나온다. 산모가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아 주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인데,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의 존경은 무조건 따라올 것이다.

모래밭에서 사금을 채취하듯 살아있는 말을 찾아낸다면 인품이 높아지는 것 또한 당연할 것이다. 성경에서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고(잠 18:21)’, ‘칼로 찌름 같이 함부로 말하는 자가 있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과 같으니라(잠 12:18)’라고 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를 내 마음에 낙하산을 펴듯, 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듯 정성 들여 드러내야 합니다. 말이란 머리로 배운 대로 하는 것보다 몸에 밴 대로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에,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 자칫 자신의 가치를 갉아 먹는 말이 되고 형제자매를 떠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권위나 직급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말을 왜 저렇게밖에 못할까?',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생각 없이 말을 하네’, ‘자릿값도 정말 못 하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직급이 깡패라고 상대방을 무시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라고’, ‘도대체 네가 잘하는 일이 뭐야’. ‘야, 이거 제대로 준비한 게 맞아?’, ‘이것도 못 알아들어, 왜 이렇게 멍청해?’라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하급 직원이 차근차근 따지고 들거나 화를 벌컥 내면서 사표를 내겠다고 덤비면 ‘야,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그것 다 너를 생각해서 내가 충고하는 거야’라고 둘러댑니다.

 

어쩌면 ‘너는 무조건 내 아래야. 언제나 내가 너보다 더 많이 알지’라는 속마음이 은연중에 표출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나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력이 넘치고 됨됨이가 훌륭한 권위 있는 사람은 상대를 배려하면서 말하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이 많지만, 머릿속은 빈 깡통이면서 ‘내가 난데’를 외치는 허세에 찌든 사람 옆에는 잠시라도 머무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로부터 하시(何時)라도 충분한 평가와 대가를 받게 됩니다. 같은 말이지만 공손하게 부탁하는 말투와 억지로 강요하는 말투는 받아들이는 상대방에게는 편안함과 피곤함으로 갈리게 됩니다.

말을 함에 있어서, 전하는 말에 따뜻함이 있는가?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있는가? 제가 문안 인사차 시골에 있는 처가를 방문하면, 사위 사랑은 장모님 사랑이라고 장모님은 닭장에서 통통한 닭을 골라잡습니다. 그러면서 그 닭을 보고 ‘다음 세상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시게’라고 말씀하십니다. 감사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있는 당신은 나에게 축복입니다. 내가 살아있음이 당신에게도 축복입니다’. 이웃 간에도 이렇게 축복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말은 편하게 들립니다. 자신만을 위하여 속 시원하게 내뱉고 스스로 후회하는 말, 귀에 거슬리는 말은 기분 좋은 말은 아닐 것입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듣기 싫은 말을 안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수십 년 동안 이미 몸에 배었기 때문입니다.

 

노부모는 다 큰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끼고 섭섭해하지만, 어쩌다 찾아와서는 ‘그 사람들을 왜 만나요, 만나지 마세요. 그렇게 하지 마세요. 그 일 당장 그만두세요’라고 하는 말에 더 분노하고 서운해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통째로 무시당하고 부정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잘하고 싶지 잘못하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잘했으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고, 잘 못 행한 것이 있다면 그만한 댓가를 치를 것입니다.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은 한 푼도 틀리지 않게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최근에 한 손님이 단골이라 생각하고 자주 다니던 식당에서 다른 손님은 아는 체해주면서 자신은 모른 척했다는 이유로 그 식당 주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만큼 인정받고 싶음에 목말라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가장 깊은 욕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정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방법으로 자신을 높인다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의 단점을 끄집어내어 비교하고, 짓뭉개고서 자신이 올라가는 식으로 말을 한다면,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신에겐 손해만 돌아옵니다.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은 듣는 사람도 불편합니다. 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서,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게 만들려는 생각이 앞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러면 당장은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가치가 그만큼 깎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말은 듣는 사람은 물론 비교 대상이 된 사람도 모두 떠나게 합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면 배가 고프고 마음도 외로워집니다.

‘오늘 저녁 당신이 쓰레기 분리수거 해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음식물 쓰레기 버려주어서 감사해요’,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김치찌개 중 최고의 맛이었어요’. 동반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더 자주 도와줄 것입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작가야. 울림이 큰 이 글은 꼭 출판되어야 하겠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어느 부인이 반려동물을 시술하는 비용 5백만 원은 선뜻 지출하면서 동반자인 남편이 다리가 안 좋아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하니, 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 우선 재활운동부터 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존경과 배려의 대상이지 무시와 비난의 대상은 결코 아닙니다.

제가 다니는 골프 연습장에는 두 명의 코치가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말도 더럽게 안 듣네, 그렇게 해서는 백날 해도 안 돼’라고 나무라기 일쑤였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은 ‘운동신경이 좋은가 봅니다. 벌써 자세가 잡히네요, 조금만 더 해보시면 좋은 결과 있겠습니다’라고 격려의 말을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코치에게 배우고 싶겠습니까? 같은 말이지만 ‘더럽게 자존심 건드리며’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지요!

 

간만에 백화점 특판매장에서 쇼핑할 때였습니다. 여름용 티셔츠 몇 벌을 걸쳐보고 다시 걸어 두려 하니까, 종업원이 퉁명스럽게 ‘이리 주세요, 제가 할게요’라고 말했습니다. ‘말투가 왜 저래? 내가 뭐 잘못했나? 때를 묻힌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제하고 나서 바지도 한 벌 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계산해주세요’라고 하니, 그 종업원이 하는 말 ‘한 번에 결제하지 그래요, 바쁜데 또 올라갔다 와야 하잖아요’라고 성깔을 있는 대로 부렸습니다. 결제했던 것을 모두 취소하고 다른 매장으로 갈 뻔했습니다. 돈 주고 뺨 맞는 더러운 기분이었습니다. 쇼핑백으로 그 종업원의 면상을 후려치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말버릇은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짐승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택시를 타면서 ‘빨리빨리 가주세요’, 퀵서비스로 서류를 보낼 때 ‘빨리빨리 전해주세요’, 무슨 일을 시킬 때 ‘빨리빨리 끝내주세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런 소리는 핸드폰 배터리 방전되는 소리일 뿐입니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아 ‘찌지직 찌지직’거리는 소리이며, 천장에서 울어대는 쥐새끼들의 다툼 소리일 뿐입니다. ‘조심히’, ‘천천히’, ‘쉬엄쉬엄 하세요’라는 말도 있을 진데 그 말은 왜 떠오르지 않을까?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연습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사람을 끌어모으는 살아있는 말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깊이 천착(穿鑿)하고 탐구해야 합니다. 놀부의 심보로 하는 말이 아닌 농부의 마음으로 하는 말이 필요한 때입니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1766년(영조42) 유중림(柳重臨)이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를 증보하여 간행한 농사요결서(農事要訣書)) 제9책 택언(擇言)에서 ‘대체로 말이란 너무 가벼우면 체통을 잃게 되고, 지나치게 무거우면 오만해 보이기 쉽다. 그 사람이 착하고 어질다고 해도, 말을 할 때 화난 기색으로 큰 소리를 내면 듣는 사람이 즐겁겠는가? 더욱이 말하는 사람이 온화한 뜻으로만 말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따라서 말이란 부드럽고 따뜻하게 해야 듣는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공자님도 익자삼우손자삼우(益者三友損者三友)로 가까이할 사람과 멀리할 사람을 구분했듯이 인복의 시작도 좋은 사람에게서 시작해야 제대로 된 인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성이 곧은 사람과 믿음직한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는 큰 복을 받은 것입니다. 물은 그릇을 따라 그 모양대로 되고 사람은 사귀는 사람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처럼 예쁜 마음이 있는 사람 곁에는 예쁜 미소가 모일 것입니다.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 칭찬과 험담이 나올 수 있으니 인품을 높이는 말이 잘 나오도록 마음을 부단히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말 잘하는 기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따뜻한 말을 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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