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마도를 잠식해온 외래종 꽃사슴이 결국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다. 지난 40여 년간 이어진 생태계 파괴와 농작물 피해가 제도 개선으로 반전을 맞게 됐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꽃사슴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가축 유기에 대한 처벌 조항도 신설된다.
꽃사슴은 1950년대 경제적 활용과 전시 목적으로 대만과 일본에서 수입된 외래종이다.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에는 원래 꽃사슴이 없었지만, 1980년대 중후반 축산업자가 가축으로 기르던 꽃사슴 10여 마리를 유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무런 규제 없이 빠르게 번식한 꽃사슴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농작물 피해를 야기했으며, 결국 937마리까지 불어났다. 이는 고라니 전국 평균 서식 밀도보다 무려 23배나 높은 수치다.

꽃사슴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식생 훼손에 그치지 않았다. 안마도는 초지와 숲이 불모지로 변하는 극심한 식생지수 하락을 겪었고, 지난 5년 동안 약 1억 6천만 원 상당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꽃사슴은 사람에게 고열, 근육통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리케차 병원체를 옮기는 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밝혀져, 주민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경부는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지자체가 포획을 허용할 수 있으며, 생태계 보호와 주민 재산 피해 방지 조치가 가능해진다.
한편, 꽃사슴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였던 가축 유기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현재 국회에는 가축사육업자가 가축을 유기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축산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로써 가축 유기에 대한 책임이 명확히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2024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권익위는 안마도 사슴 문제를 비롯해 전국의 무단 유기 가축 실태를 조사하고 법적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을 환경부와 농식품부에 요청했다. 이후 두 부처는 실태조사와 법령개정을 적극 추진해왔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굴업도에도 178마리의 꽃사슴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곳 역시 고라니 밀도의 15배에 달하는 심각한 과밀 상태다. 꽃사슴은 번식력이 강한 데다 천적이 없어 단기간 내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한다. 이들은 초본류, 열매, 나무껍질을 무차별 섭취해 자생식물 고사를 초래하고, 고라니, 노루, 산양 등 토종 야생동물과의 먹이·서식지 경쟁으로 고유 생태계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다.

꽃사슴이 야생에서 증식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간 관련 법령 부재로 적극적인 개체 수 조절은 어려웠다. 이번 유해야생동물 지정과 함께 가축 유기 처벌 규정까지 마련되면서, 안마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외래종 관리와 생태계 보존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권익위원회 유철환 위원장은 “그동안 제도 사각지대에 놓였던 문제가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앞으로도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현안을 적극 조정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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