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만의 세상과 동거해보자
다음 제시하는 고민이 가족 내에서나 요양원에서나 그리 다를 것은 없다. 여러 가지의 고민과 힘든 상황들이 있겠지만 다섯 가지로 선정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고민을 고민이라 생각하지 말고 고민이라는 치매 환자만의 세상, 시간 속으로 들어가 그 고민과 동거하길 바란다.
그 동거가 환자도 가족도 힘들겠지만, 그 힘든 것을 애써 벗어나려 하지 말길 바란다. 힘듦의 그 시간도 치매 환자에겐 우리가 살아가는 정상적인 생활과 같이 한 패턴이고 라이프다. 그러기에 애써 부정하거나 애써 벗어나려고 하지 마라. 어쩌면 애써 벗어나려는 마음(그것이 한 순간이라 해도) 때문에 더 힘든 것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기 바란다.
1.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다 가족처럼 대하고, 아 혼란의 시간
알아보지 못하면 타인으로 살며 새로운 시간으로 열어주세요. 치매 환자로 인해서 겪어보지 못하는 낯선 동네에 왔다고 생각하며 낯선 곳은 어떤 곳일까? 함께 느껴요. 치매 환자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땐 아마도 어느 낯선 동네에서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산책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당신은 치매 환자의 삶을 통해서 다른 시간을 경험하고 일생에서 하지 못하는 당신만의 배역을 맡은 연기자의 삶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연기자이고 배우라는 생각으로 치매 환자를 대한다면 자신도 덜 힘들지 않을까요? ..
2.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으로 보며 힘들어요
심해진다는 질병적인 차원을 환자만의 고유한 성숙이라 생각하면서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환자의 생각과 말에 귀 기울여주세요.
의학적으로는 증세가 심해지는 것이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자신만의 시간에서 성숙이라고 생각하며 받아주는 것을 연습하세요. 치매 환자의 사춘기라고나 할까요? 누구나 사춘기엔 예민해지듯 치매라는 사춘기에도 그러하지요. 우울해지고, 난폭해지고, 기분도 들쑥날쑥해지고 등등…
3. 달라진 모습이 너무 무서워요
세상엔 치매 환자보다 더 무서운 상황들이 더 많지요. 그리고 그 무서움을 느낄 땐 가끔은 치매 환자와 거리두기 하면서 멀찍이 보이는 곳에서 지켜보며 각자 서로의 시간으로 갖기를 권장합니다. 그렇게 거리를 두다가 슬쩍 다가가 보기도 하고요 ..무섭다는 존재가 꼭 치매 환자를 돌보는 힘듦만일까요? 피할 수 없다면 부딪혀야 겠지요. 그리고 포기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겠지요.
4. 센터에 안 가려고 해서 답답해요
센터에 안 간다고 해서 더 상황이 나빠지는 건 아닙니다. 환자가 못 간다고 하면 센터의 직원을 그리곤 누군가를 호출하는 지혜를 발휘하세요. 정상적인 사람도 어디론가 외출하려다 가기 싫을 때가 있어요. 당신도 어떤 날은 하고 싶지 않은 일,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지 않나요? 어디를 가고 싶지 않은 것이 꼭 치매 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잊지 마세요.
5. 조언을 하면 네가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 라며 겪어보라는 가족이나 돌보미의 말
반문하세요. 우리가 함께 겪어보자. 그리고 겪어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어떻게 해야 해? 어떡하면 돼? 그리고 (환자의 삶을 이해하는 눈 맞춤하면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요.) 지금의 삶을 치매 환자와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얘기해요. 물론 그것이 쉽지 않다고 또 반문하겠지만 쉽지 않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아, 너도나도 우리 모두 이 시간이 힘들고 지내는 것은 힘들겠지만 등등…(서로의 차이는 있겠지만…그러나 ‘주인공은 치매 환자’입니다.)
이것이 주어진 삶인 것을…동시에 이 생각! → 치매 환자 자신은 더 힘들 수도 있겠지 하며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라며 더불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기관에서 돌보는 사람이나 병원에서 치료를 돕는 의사 간호사 모두 말입니다.
'스토리마당 > 박재하의 치매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치매예방 수칙 여섯가지 (0) | 2022.06.08 |
---|---|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 (0) | 2022.06.03 |
오늘 한 번쯤 치매 환자의 세상 속으로 나들이하는 것은 어떨까? (0) | 2022.05.06 |
바라보는 시각, 관점을 바꿔라 (0) | 2022.04.27 |
이제 치매의 진단은 ‘건강검진' (0) | 2022.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