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캄한 숲 가장자리, 인적 없는 개울가를 조용히 가로지르는 고양잇과 야생동물이 있다. 길고 굵은 꼬리, 뺨을 타고 흐르는 세 줄의 갈색 무늬, 귀 뒤편의 흰 반점이 인상적인 이 포식자는 바로 ‘삵’.
민가 근처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이 야생 살쾡이가 7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됐다. 환경부는 설치류, 물고기, 곤충까지 사냥하는 삵의 생태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서식지 파괴와 도로 위 사고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삵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야생에 서식하는 고양잇과 포유류다. 표범, 호랑이, 스라소니 등 다른 고양잇과 동물은 사실상 자연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몸길이는 45~55cm, 체중은 37kg 정도이며, 고양이와 닮았지만 더 크고 야성적인 생김새를 지녔다.
둥근 귀와 얼굴을 가로지르는 줄무늬, 귀 뒤 하얀 점이 주요 특징이다. 특히 어린 삵은 외관상 고양이와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 구조 시에는 일반 동물보호소가 아닌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삵은 제주도와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분포하며, 하천과 주변 산림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큰 나무나 바위 틈 같은 은신처를 이용하고, 야행성 포식자로 설치류 외에도 조류, 어류, 곤충 등 다양한 동물을 사냥한다. 수영도 능숙해 개울을 건너거나 수중 사냥을 하기도 한다.
3~4월에 짝짓기를 하고, 60~70일 임신 기간을 거쳐 6~7월쯤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번식기가 집중된 이 시기엔 더 많은 주의와 보호가 필요하다.
과거 삵은 쥐를 잡다 쥐약에 중독돼 개체 수가 급감했다. 지금은 주요 서식지 파괴와 ‘찻길 사고’가 생존을 위협한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삵의 로드킬 사고는 480건으로 전체 야생동물 찻길 사고 중 0.61%를 차지했다. 삵이 활동하는 하천 인근이나 외곽도로에선 운전자의 주의가 필수다.
환경부는 삵을 1998년 멸종위기종으로 처음 지정한 뒤, 2005년부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분류해 보호 중이다. 삵을 허가 없이 포획, 훼손하거나 죽이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삵은 사람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며, 야생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중형 포식자다. 도시 근교에서 마주친다면 해치지 말고 관찰만 하거나, 다쳤을 경우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즉시 연락해야 한다.
7월의 야생, 고요한 숲에 살아있는 ‘삵’은 인간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있는 야생의 마지막 단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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