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가족을 보았으니 오늘 분명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뜨락을 거닐다가 북한산이 나를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등산복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서니 어젯밤부터 불었던 세찬 바람이 겨울만큼이나 아직도 살아 있었다. 큰 나무들은 그래도 젊잖게 든든하게 서 있었으나, 가지가 많은 작은 나무들은 제발 살려달라는 애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바람에 그냥 휘둘리고 있었다. 자연에 무기력한 생명체들의 비애를 보는 것 같아 서글퍼졌다.
오늘은 북한산 자락 어귀에 있는 명상길을 등산하기로 했다. 형제봉과 북악하늘길로 연결되는 길이라서 왠지 가보고 싶었다. 하늘길은 내가 전투 조종사로서 33.5년간 걸었던 길이니 어찌 가보고 싶지 않았겠는가?
명상길로 들어서자마자 그 세찼던 바람은 길을 잃었는지 온데간데없었다. 계곡으로 요리조리 구부러진 길은 왜 명상길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너무 평화롭고 조용한 길이었다.
한참을 올라갔는데 오색딱따구리 부부가 서로의 애정 표시인 듯 부지런히 상대를 향해 구애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딱따구리 가족을 보았으니 오늘 분명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새들도 우리 인간들도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오가는 등산로에서 “나무야!! 내가 지켜 줄게!!” 라고 쓰인 캠페인 광고가 맘에 와닿았다. 모든 등산객이 정말로 심각하게 산불 조심에 동참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생겨났다.
여기저기 갈림길로부터 등산객들이 모여들어 좁은 길이 꽉 차 보였다. 다양한 색깔이 온 산에 가득해지니 이제 정말 봄이 온 것이 분명했다. 아침에 땀을 쏟고 내려오니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다.
새롭게 시작된 4월을 힘차게 열기 위한 북한산 등산이 내게 주는 행복감이 너무 큰 아침이었다. (OO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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