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의 고향
태고의 신비와 경이를 간직한채
삼천만년의 세월을 고이 품으면서
홉스굴과 더불어 자매로 태어난 그대,
행성의 우주조화를 모조리 다스리고 있는
신비의 호수여!!!
오늘도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억겁의 세월속에서
얼었다 다시 녹고
녹았다 다시 얼기를 반복하며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매력덩어리
살아있는 대자연, 그대는 자랑스런 바이칼!
마그마 꿈틀거리는 지구의 소리가 들리고
굉음은 청명한 대기를 박차고 치솟아
허공을 향해 구멍을 내고 있다.
새벽에도 초승달 처럼 일그러진 호수에
별빛이 은빛 여명으로 쏟아지고 나면
어느새 그 자리엔
햇님의 열정적 사랑이 뜨겁게 펼쳐 지는데,
하루종일 수정같이 푸른빛을 발하는
그대는 아직
날 선 청춘이다.
그대의 가슴팍이 워낙 넓고 깊어서
우주의 창으로 내려다보면
유독 새파랗게 보이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 되어 있네.
그대가 비장해 온 순결의 구조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얼마나 오랫동안 인고의 도를 닦았을까!
그 안보이던 기적의 비밀까지 환히 드러낸다.
삼백 서른 다섯 번의 들숨이
온갖 세상의 번민과 오욕과 고뇌와 악행을
쑤욱 들이마셨다가 순화한 다음
오직 한 번의 날숨으로
앙가라강에 다 뱉어 내고는
오늘도 고요하고 평화롭게 잠을 잔다.
모든 것 다 버리고 비우며
다시 들숨 채우는 시간을 맞이한다.
온갖 오염과 교란을 자정하는
신비의 처방전은 그 누구에게도 비밀이다.
맑은 기운, 신성한 것들이 가득해
신들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곳,
신들이 사는 영험함속에서 매일
땀을 흘리며 묵은 것들을 토해내곤 한다.
세상의 모든 소망과 바램을 가슴에 다 품어주는
그대는 슬프고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의 종착지로서
오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려 있구나.
바이칼, 그대는 샤머니즘의 고향이요,
알타이 역사 문화의 보고이자,
무한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주는 신화의 땅.
여기저기 신목이 늘어서고
솟대와 성황당이 보일때마다
빨갛고 파랗고 하얗고 노랗고 초록의
오색헝겁이 치렁치렁 휘날리는데
<선녀와 나뭇꾼>의 설화와
<아바이게세르> 신화는
우리의 단군신화와
그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정녕 바이칼 그대는
우리 민족의 시원이로구나.
◆ 홉스굴 호수 : 몽골 북쪽 러시아 접경 시베리아 인근에 위치하는 호수로서 규모는 제주도의 1.5배 정도이고 몽골에서는 ‘어머니의 바다’로 불리고 있음. 바이칼호수와 함께 자매호수로 불리기도 함.
◆ 아바이 게세르 신화: ‘아바이’는 함경도 방언 ‘아바이’와 마찬가지로 선조나 아저씨 혹은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높임말.
‘게세르’는 바이칼호수 주변 몽골계 부랴트인들의 신화로서 주인공 ‘게세르’가 인간들을 위해 하늘나라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이야기는 단군신화를 비롯한 한반도의 각종 건국 신화에서 보이는 ‘천손강림’ ‘홍익인간’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신기하게도 게세르 신화는 단군신화나 헤면 수신과, 주몽 신화 등과 닮은 구조로 되어 있고 한반도에서 면면히 생명력을 이어온 샤머니즘 전통과도 맥이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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