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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길강묵의 몽골 이야기

마두금의 에피소드 (제3부 - 2)

by 이치저널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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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강묵 ghilpaul@naver.com

 

 

아름다운 마두금의 선율에 감동되어 눈물을 흘리며 새끼에게 젖을 물렸다는 실화
마두금의 선율이 집과 회사 안에 가득할 때 나쁜 기운들이 다 나가고 침범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

 

 

 

 

 

공직에 입직하여 해외근무(몽골)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주어진 입국사증업무를 성공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필자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외교관으로서 주재국(몽골) 사회와 접촉점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 주재국 사회와 어떻게 호흡해야 할지가 과제였다.

그러던 와중에 2017년 가을, 필자는 국립공연장에서 마두금 국립 앙상블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낙타가 새끼를 출산하고 난후 출산의 고통으로 인해 새끼낙타에게 수유를 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그런데 어미 낙타에게 마두금 연주를 들려주자 어미 낙타는 아름다운 마두금의 선율에 감동되어 눈물을 흘리며 새끼에게 젖을 물렸다는 실화가 전해온다. “마두금이 짐승의 심금을 울리는 악기라면 인간의 마음이야 오죽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두금 앙상블의 음악과 선율은 필자에게도 깊은 감동을 심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필자도 마두금에 입문하게 되었다.

 

몽골 국립전통극장에서 열리는 전통공연의 피날레는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모린호르)이 중심인 오케스트라 연주이다. 외국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그후 몽골 학생들이 결성한 경희대 국제동문회 모임에서 초청받아 참석하게 되었는데, 참석자로부터 그녀의 남편(Zagdsureng)을 소개받게 되었다. 작드수렝은 한국영화 최종병기 활의 마두금 연주곡을 연주했던 연주가였다. 그는 흔쾌히 필자에게 마두금을 가르쳐 주었고, 그와 거의 1년 반 동안 단 한 번의 예외를 두지 않고 매주 목요일 새벽 6 30분에 만나 2시간 동안 마두금 수업을 갖게 되었다.

몽골 사람들은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나 새 집으로 이사할 때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집이나 사무실로 마두금 연주자를 불러서 연주공연을 한다. 마두금의 선율이 집과 회사 안에 가득할 때 나쁜 기운들이 다 나가고 침범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매주 목요일 이른 아침, 마두금 연주소리는 울란바타르의 새벽 공기를 깨웠고, 한국대사관에는 부드러운 마두금의 선율로 가득찼다. 새벽의 마두금의 연주 소리는 출근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다.

작드수렝(Zagdusureng)과의 마두금 수업시간은 필자의 외국생활에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마두금 수업 중에 그와 나누었던 몽골문화와 문화예술가에 관한 대화는 몽골의 역사와 사회,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드수렝은 마두금 연주법을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몽골에서의 외국인인 필자의 삶을 풍성하고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 후 2020 2월 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인해 통제가 장기화되자 사람들은 점점 지처가고 마음은 위축되었다. 필자는 천상의 선율밴드와 함께 2020 5, "코로나 19를 이깁시다"는 주제로 열린 마두금 자선공연에 참여하여 협연하게 되었다.

 

천상의 음악 밴드의 자선공연에 협연(2020년 5월)

 

자선공연은 몽골 시민들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벗어나 용기를 북돋기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다. 토올(Tuul) 강변의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음악공연은 강에서 물놀이 하는 어린아이로부터 어른, 그리고 대사관 가족과 선후배 지인 등이 함께 즐기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고, 울란바타르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1년 반 동안 꾸준히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을 배워 비록 조그마한 역할이었지만 몽골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 날이었다. 독자에게 당시 협연에 참여하여 연주한 곡을 들려주고자 한다.(제목 : 아이니 쇼워Аяны шувууд, 철새)

 

아이니 쇼워(Аяны шувууд)를 듣고 있다 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평화롭게 공중을 나는 철새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노래 작곡가의 손끝 마디를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아이니 쇼워(철새)의 작곡가는 한갈(Khangal)이다. 그는 40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아들도 30대의 일기로 일찍 세상을 떠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들 음악가 부자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몽골에 위대한 음악들이 얼마나 더 탄생했을지.

 

 

철새는 몽골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아는 노래이다. 전통노래라기 보다는 대중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철새는 5월 말경,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몽골로 날아온다. 그리고 8월말부터는 다시 따뜻한 나라로 옮겨갈 채비를 한다. 몽골은 1년에 6~7개월의 동절기와 혹한기를 겪어야 한다. 철새는 미혼인 상태에서 몽골에 왔다가 8월말 경에는 기혼이 되고 새끼를 낳고 가족을 이루어서 몽골을 등지고 따뜻한 곳으로 떠난다. 그러니 아이니 쇼워(철새)의 고향은 바로 몽골인 것이다.

몽골은 7월 중순 나담 축제가 끝나면서 가을이 오기 시작한다. 8월에 들어서면서 어미 아이니 쇼워는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따뜻한 곳으로 옮겨갈 채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끼 아이니 쇼워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끼 아이니 쇼워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나라, 몽골을 떠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히 다가오는 몽골의 추위를 직감한 어미 철새들은 떠나야 한다면서 새끼 철새를 채근하고, 결국 새끼 철새들은 급격히 떨어지는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향 몽골을 등지고 먼 길을 떠나게 된다.

 

 

1년 중에 가장 따뜻한 기간 3개월간 함께 했던 철새의 떠나는 모습은 몽골인들에게 허전함과 애환, 그 자체이다. 철새가 떠나가면 몽골인들은 다시 6~7개월의 장기간에 걸치는 혹독한 추위를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음악가 한갈은 아이니 쇼워(철새)의 노랫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사랑 연인아, 노래를 불러다오. 철새들이 다시 돌아 올 때까지 노래를 불러다오.” 몽골인들이 철새가 떠날 때 그 허전함을 연인에게 기대며, 연인과 남아 함께 사랑을 노래하며 그 마음을 달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몽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주들에게 철새의 떠남을 바라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손주손녀들이 철새가 떠나는 쓸쓸함을 보는 것이 슬프고 마음이 아파서 아닐까.

 

 

 

Аяны шувууд, 철새의 가사

 

1. 노래 부르는 너의 목소리와 같은 선율로 노래하며,

새들이 속눈썹처럼 날개 펴고 대초원 위를 날아 돌아가네.

 

2. 초승달을 이어가며 뭉게구름 사이로

새들이 파란 하늘 지평선을 향해 날아 돌아가네.

 

3. 신기루와 같이 새들이 줄을 지어 멀리 돌아가니,

당신의 목소리가 나의 귀와 마음에 스며드니 감미롭구나!

 

(후렴) 내 사랑 연인아, 노래를 불러다오.

철새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노래를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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