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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길강묵의 몽골 이야기

몽골의 초원 위에 흐르는 모린호르(馬頭琴)의 선율 (제3부 – 1)

by 이치저널 202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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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강묵 ghilpaul@naver.com

 

 

몽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정, 몽골 국립 전통극장의 공연관람
마두금, 세계 각종 악기 중 가장 자연 친화적, 선율에는 유목민의 삶과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검버도르쯔 자미양 교수(Гомбодоржийн Жамъян, 1919~2008), 악보 도입을 통해 마두금의 대중화에 애써
몽골 지자체와 자매결연 체결, 한국 지자체 시민들을 위한 마두금 강습프로그램

 

 

 

 

 

1990년 한국과 몽골의 인적교류는 양국 수교 이래 꾸준히 확대되었다. 2015년초 기준, 양국 인적교류는 약 10만 여명에 불과하였으나,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20 1월초에는 약 22만 명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확대되었다. 한국인들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 나라가 몽골이다. 몽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정이 있다면 몽골 국립전통극장에서 열리는 전통공연 관람이다. 그리고 음악무용과 연주, 서커스 등 90여분 동안 진행되는 전통공연의 피날레는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모린호르)이 중심인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닐까 싶다.

동서양의 관광객들은 달리는 말”, “My Father, My Hero” 등 마두금의 힘차고, 부드러운 선율에 한껏 매료된다. 중국이 마두금을 자국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로 소개하는데, 내몽골자치주를 영토로 두고 있기 때문이지, 마두금은 몽골의 전통 현악기다. 마두금은 그 독특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고, 등재된 국가는 몽골이다.

 

 

마두금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 그 기원은 800여 년 전 징기스칸 시대로 거슬러 간다. 물론 그전부터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말()머리 장식과 암수 말꼬리로 만든 두 줄 현(현대는 나이론 줄)의 모양을 갖춘 것은 징기스칸 시대부터였다. 간혹 일부 마두금은 마두(말머리) 조각상 바로 밑 부분에 청을 상징한다는 용의 형상이 새겨 있기도 하다. ()이 위에서 용()을 누르는 모습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는 과거 청의 지배를 받은 몽골인의 쓰라린 정서를 반영한다.

 

마두금은 세계의 각종 악기 중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악기이다.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과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세계의 각종 악기 중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악기가 있다면 마두금이 아닐까. 마두금 선율에는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과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마두금은 세계의 찰현악기 중에서 음역과 음량이 상대적으로 넓은 악기이다. 단 두 줄의 현으로 3옥타브를 오르내리며 애절하면서도 힘찬, 다채롭고 풍부한 선율을 선사한다.(필자도 영사로 근무하는 동안 그 선율에 매료되어 마두금에 입문하게 되었다.)

또한 마두금은 말, , , 낙타 등 짐승의 소리(마음)까지 담아 낼 수 있다. 난산의 고통으로 새끼를 품지 않고 수유를 기피하는 어미 낙타에게 유목민들은 후스후스(Hooshoos)’라 하여 마두금으로 어미 낙타의 마음을 달래 주는데, 마두금의 선율을 듣고 어미 낙타는 마음을 열고 수유를 한단다. 이같이 초원 위에 흐르는 마두금의 선율은 가히 살아 있는 듯하다. 짐승까지도 그 선율에 감동을 하니, 사람은 어떠할지 상상해 보라.

 
난산의 고통으로 새끼를 품지 않고 수유를 기피하는 어미 낙타에게 ‘후스후스(Hooshoos)’라 하여 마두금으로 어미 낙타의 마음을 달래 주는데, 마두금의 선율을 듣고 어미 낙타는 마음을 열고 수유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 마두금의 1세대는 검버도르쯔 자미양 교수(Гомбодоржийн Жамъян, 1919~2008)이다. 마두금의 전설이자 마두금 대중화의 선각자인 자미양은 마두금을 대중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요건이 악보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몽골 음악무용대에서 58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며 1970년대에 손수 그린 악보를 통해 마두금 후학을 가르쳤다.

악보의 도입은 전통적인 마두금 학습방식에 근대성을 가미한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이 시기에 그는 마두금 역사상 최초로 서양음악인 슈만(Schumann)의 트로이메라이(Traumerei)를 마두금으로 연주하는 등 마두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세계적 악기로서 보편화의 기틀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

 
자미얀 교수는 몽골 마두금의 거두이자 역사이다. 그는 악보를 통해 마두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사진은 몽골국립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으로 마두금을 연주하는 노인이다. 가상의 인물임)

 

한국에서도 마두금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 OST에는 인하대 유학생이었던 마두금 연주가 작두스렝(Zagdsuren)의 연주곡이 수록되었는데, 이는 한국 영화음악으로서는 최초이다. K-POP 스타 우예린의 해어화에도 마두금 연주곡이 삽입되었고, 우리의 전통악기인 해금이 대중화됨에 따라 마두금과의 협연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 몇 안 되는 김연준 연주가도 최근 국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지역사회에서는 시민들의 문화복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각 지방정부는 대중의 새로운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고, 시민들의 품격과 소양을 높이기 위해 인문, 문화, 스포츠, 취미예술, 여가활동 등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2021 8월 기준으로 우리 자치단체와 국제자매/우호교류 중인 외국 지방정부가 1743개에 이르며, 한국과 몽골 간에도 47개의 지방정부가 국제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자매결연 도시들이 상대 지역의 마두금과 같은 전통악기를 시민들이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상대국의 문화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며, 지방외교와 우호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품격있는 문화사업이 될 수 있다. 마두금 연주자와 말()이 음악으로 소통하며 일체감을 갖는 광경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41ugrjr3A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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