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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길강묵의 몽골 이야기

서로 다른 문화의 소통은 창의성의 원천(제4부)

by 이치저널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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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강묵 ghilpaul@naver.com

 

 

금년도 몽골 나담축제, 독립 100주년과 101주년 기념을 겸하여 가장 성대하게 개최
유목생활에 필요한 말타기, 활쏘기, 씨름 등 체력단련에서 시작, 서울 등 각지에서도 개최
지역사회에 역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의미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
타국의 전통축제, 이민의 시대에 서로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소재가 될 수 있어...

 
 

 

 

 

몽골에는 국가 수준의 대표적인 문화축제가 있다. 바로 나담축제이다.

몽골어 “에른고른 나담”(eriyn gurvan naadam)은 남성 3종 경기를 뜻하는 데, 그 줄임말인 나담은 ‘나다흐’에서 유래된 단어로 경기, 경쟁 등을 의미한다. 나담축제는 칭기스칸 시대의 유목민 전통이 그 기원이지만 1921년 청으로부터 쟁취한 독립기념의 의미도 담겨 있다.

 

나담축제 새벽의 서광이 밝아온다. 축제를 통해 몽골인들은 일체성과 몽골의 미래를 기원한다.

 

2022년 7월 11일 개최되어 이날로부터 한주간 진행되는 나담축제는 몽골 역사상 가장 성대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 몽골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며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개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몽골 독립 당시, 이를 기념하는 의미로 나담축제 날이 7월 11일로 변경되었고, 1990년 민주화 이후부터는 대통령이 직접 축제의 개막을 선언한다. 나담 축제기간에 몽골 사람들은 “새항 나다래”라고 서로 인사를 건넨다. “행복한 나담되십시오(Happy Nadam!)”라는 의미이다.

 

나담축제의 개회식 모습
나담축제의 개회식 모습

 

13~14세기 당시, 유라시아는 소위 ‘팍스 몽골리아’에 힘입어 동서문화・경제교류가 활발하였다. 그 이후 몽골은 유목생활에 필요한 3종 경기 즉 말타기, 활쏘기, 씨름 등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여야 했고, 특히 남쪽과 북쪽에 각각 4709km, 3543km에 걸쳐 중국, 러시아와의 국경을 맞댄 지리적 위치와 적은 규모의 인구라는 제약조건하에서 전쟁에 대비, 군인들의 힘과 전투력을 키워야만 했다. 이같은 배경에서 나담축제는 1948년부터 전국 규모의 군대축제로 확대되었고 위 3가지 경기가 반드시 포함되었다. 필자는 몽골 근무중, 2020년 주재국 정부초청으로 <13세기 문화촌(The 13th century village)>에서 진행된 축제를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당시 팬더믹으로 인해 현장축제는 무관중으로 진행되었고,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별도의 영상공연이 병행되었는데, 비록 축제분위기가 전년도만큼은 아니었지만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나담경기의 3종경기. 말타기, 활쏘기, 씨름

 

나담축제는 한국의 추석과는 다르지만 일면 유사성도 있다. 우리의 추석이 농경생활에서 가을 추수와 감사, 그리고 조상을 기리는 제사 성격이 남아있다면 나담축제는 전투력과 용맹성을 기르는 놀이로 시작되어 칭기스칸시대에는 축제로 정착되었고 오늘날 국가 최대의 민속축제로 발전하였다.

 

2022년도 나담축제의 개회식 모습

 

한편 나담축제는 국가의 독립기념이라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축제에는 국가성과 일체성이 엿보인다. 나담축제는 몽골 국가(國歌)로 시작하고, 끝날 때에는 ‘할롱 앨겐 노탁(따뜻한 나의 고향)’이라는 곡으로 마친다. 이 곡의 2절 노래말을 보면 축제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캐치할 수 있다.(필자의 글, 제1부 가능성과 미래의 나라, 몽골 참조) “봄꽃이 피어오르는 기쁨의 봄 다시 왔네, 강과 개울 노래해 하얀 성산(聖山)도 미소 짓네”. ‘기쁨의 봄'은 중의적(重意的)인 표현이다.

 

나담축제의 말경주 경기가 열리는 곳의 모습

 

노래말을 작사한 문학가 바뜨라(Badra)는 봄이라는 상징어를 사용하여 ’독립국가로서의 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우리가 처했던 일본강점기에 저항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등장하는 ‘봄'의 의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특이한 것은 나담축제가 매년 7월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각 지역에서도 열린다는 사실이다. 금년에는 7월 2일 부산과 부천에서 몽골인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자발적인 축제로 열렸고, 우리나라 몇몇 정치인들도 참석했을 정도이다.

 

2022년도 나담축제의 개회식 모습

 

몽골인들이 타국에서 그들만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독특하다. 영국의 지리학자 매시(Massey. D.)는 ‘글로벌 장소감(global sense of place)’을 언급했다. 이 주자의 행동과 경험이 지역사회에 흔적을 만들고, 그 흔적들이 사슬이 되어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지역사회가 새로운 의미의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복판 동대문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 자체가 현재 이민사회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몽골인들이 한국에서 개최하는 나담축제가 대한민국 국제화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2022년도 나담축제의 개회식 모습

 

문화는 소통이다. 이 같은 전통 축제들이 상호 문화존중의 모습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할 때 문화적 창의성이 생기고, 무엇보다 이웃국가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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