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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영하의 소통이야기

백향목의 나라 레바논과 우리의 자랑 동명부대

by 이치저널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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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airyhlee@hanmail.net

 

 

8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역만리에서 동명부대원들이 흘리는 한 방울의 땀이 곧 우리 국군의 명예를 드높이는 동시에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
2031년 수교 50주년

 

 

 

 

 

우리나라 5천 년 역사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바논은 아랍어로 ‘루브난’이라고 불린다. 루브난의 의미에 관하여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로, 고산지대에 덮인 만년설의 ‘순수 흰색’을 의미한다는 설과  둘째로는, ‘신의 심장’이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성경에도 자주 언급되듯이 레바논은 천혜의 기후조건을 바탕으로 축복받은 가나안 땅이자 오직 이 나라에서만 서식하는 백향목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레바논 백향목은 레바논산맥 1,500미터 이상에서만 자라는 거대한 침엽수로서 오늘날에는 산맥 정상 일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목이지만 구약 시대에는 울창한 삼림으로 레바논 일대를 덮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오늘날, 대표적인 백향목 숲인 ‘브샤레’에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백향목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는 키가 35미터에 달하고, 나무둘레가 14미터나 되는 나무가 네 그루가 있다. 백향목 나무는 짙은 초록색 잎이 바늘모양으로 펼쳐져 있어서 화려함과 웅장함의 극치를 이루고 늙을수록 청청하며 결실을 맺어 수목 중의 백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엄, 힘, 영화, 그리고 영원함을 상징하는 백향목은 그래서 레바논을 대표하는 나무로 불려져 왔다고 한다.

 

눈덮인 겨울철 백향목의 모습

 

이에 따라, 레바논 정부에서는 백향목을 나라의 상징으로 삼고, 레바논 국기의 정중앙에 백향목을 그려 넣었다. 또한 여섯 군데의 백향목 보호지역을 지정하여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있는바, 그 보호 지역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레바논이 배출한 시인, 소설가, 화가이자 동시에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의 고향인 브샤레이다.

내가 브샤레와 지브란의 상호 연관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브샤레를 방문했을 때 뭔가 신비스럽고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며, 왜 이곳에서 레바논 최고의 영혼을 지닌 지브란이 영감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해발 3,000미터나 되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브샤레의 백향목 숲 주변에 서게 되었을 때, 북풍설한의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귀한 나무들이 ‘눈 속에 피어나는 설중매처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인내와 늠름함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레바논은 너무나 많은 역사의 질곡을 간직한 나라이다 보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내전과 테러, 전쟁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2010년 5월부터 여행자제 지역으로 완화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레바논 방문이 쉽지 않은 실정임을 감안해 볼 때, 정말 그 지리적 이격만큼이나 상대국을 알고 이해할 기회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 초에 대사로서 레바논에 부임한 이후 수많은 레바논 정ㆍ재계, 문화계 인사 등을 만나 얘기를 건네다 보면 그때까지도 우리 대한민국을 북한과 혼동하여 “남한 출신이냐? 북한 출신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참으로 속상한 일이었다.

이러한 레바논 국민들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더욱더 널리 알리기 위해 우리 대사관에서는 “외교는 발품이다”라는 모토에 따라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러한 모토를 실천하는 좋은 예로서 지난 2007년부터 레바논 남부지역에 파견되어 유엔평화유지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는 동명부대의 활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 동명부대의 활약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동명부대는 레바논에 파견된 대한민국 평화유지군의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동명(東明)은 동쪽에서 온 빛이라는 뜻으로 레바논의 밝은 미래와 평화를 위해 멀리 동쪽에서 온 부대라는 의미가 있다.

 

칼릴 지브란의 고향 부샤레 지역의 백향목

 

레바논은 중동내 지중해 연안의 소국으로 수도인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내전과 테러,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쟁 등에 휘말려,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을 겪어 왔다. 특히, 2006년 7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쟁 종식을 위해 2006년 8월 UN 안보리 결의 1701호를 채택한 이후, 휴전감시와 지역평화 및 안정을 위하여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접경지역에 UNIFIL이라고 불리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증강되었다. 우리나라도 유엔의 요청으로 2007년 7월 4일 동명부대 제1진을 파병하게 되었다.

동명부대의 주 임무는 작전지역 내에서 불법 무장세력의 유입을 차단하고 활동을 억제하는 감시정찰 본연의 임무수행과 함께, 주민 친화형 민사작전의 수행으로 레바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동명부대는 주둔지 인근 도시의 도로포장 공사를 실시하고, 태권도 교실과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는 등 각종 주민숙원사업을 적극 지원해오고 있다. 봉제 교실도 큰 인기를 끌며 주변으로 확대되었고, 의료기기 전달과 주민 환자치료는 지역주민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때문에 현지인들의 호응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으며, 동명부대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극찬하기에 이르고 있다.

동명부대가 파견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주민들도 동명부대의 주민 친화적인 민사작전 활동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월등히 높아진 상태이며,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경기 때는 주민들이 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우리 대표팀을 응원할 만큼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더욱더 커져서 레바논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면 우리나라와 레바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제반 교류 협력이 늘어나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동명부대는 우리나라 군사외교 활동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퍄견국수가 바꾸었을지 모르나, 2010년경 대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30여 개국이 파병한 평화유지군 1만 2천여 명이 저마다 자국의 명예를 위하여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며, 각 파견국 부대 간에 활발한 군사친선 활동을 도모하고 있었다.

필자는 레바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유엔평화유지사령관을 접촉할 때마다, “동명부대는 PKO 작전의 모델”이라고 평가하면서 “탁월하다”는 찬사를 들을 때마다 군출신대사로서 뿌듯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실로 동명부대의 존재는 천군만마와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8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역만리에서 동명부대원들이 흘리는 한 방울의 땀이 곧 우리 국군의 명예를 드높이는 동시에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전지역 내 주민들에 대해 내 가족처럼 성심과 정성을 다하고 있는 동명부대원들을 볼 때마다, 그리고 이들이 수행하는 일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감사를 표시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만족스런 미소를 볼 때마다 우리장병들이 무한히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우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백향목의 나라 레바논을 생각하다 보니 우리 선조들도 소나무를 사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애국가 가사에서도 민족의 기상을 소나무에 비유하여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노래 불렀으며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들도 소나무를 보면서 독립의지를 고취했다고 한다.

한편, 레바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백향목(소나뭇과)을 무척 좋아했으며 그래서 레바논 국기 정중앙에 백향목을 그려 넣게 되었고 국가(國歌)에도 “불멸의 상징 백향목은 우리나라의 자긍심”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 소나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레바논 국민의 정서가 별로 다르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난 2011년 2월 12일은 양국 관계에서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은 대한민국과 레바논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날로서 양국 대사관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 Hello Lebanon, Meet Korea"라는 기치를 내걸고 성대한 기념행사를 실시하였다.

한국과 레바논의 문화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화합의 한마당을 보면서 우리 문화가 중동에도 깊이 확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필자는 레바논 대사 시절에 ”레바논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한국과 레바논 간의 교류 협력 증진을 도모하고자 “한-레바논 문화교류 협회”를 창립하였고 관심있는 우리 국민들이 많이 동참하기도 하였다.

2031년에 맞이할 수교 50주년을 향해 지속적인 항해를 하고 있는 양국 관계를 생각하면서 백향목의 나라 레바논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려는 조그마한 우리들의 노력이 선행된다면, 비록 머나먼 지리적 이격 거리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이 좀 더 가까운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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