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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으로 슬며시 찾아들어와
무더기로 쏟아지는 세상사들을 들어 보면서
나도 바람의 길동무가 되어 볼까나?
새벽을 깨우는
까치들의 희망찬 수다가
싱그러운 아침을 열고 있을 때,
그대의 머릿결을 살포시 스치었던 그 바람이
나의 길동무가 되어
지금 나의 가슴에 아름다운 향기를
적셔주고 있구나.
햇살이 몹시 좋은 날,
행인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있을 때,
나는 바람의 길동무가 되어서
눈을 감아도 방향을 잃지 않으며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어느 빨랫줄에 조용히 머물면서
노스탈지어에 젖어 있는 대도시 어머니의
아들 사랑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구나.
세상을 살랑살랑 어루만지다가도
어느새 몹시 화가 난 듯이
주변의 모든 것을 미친 듯 흔들어 대는구나.
때로는 도심의 가로수에 매달려 거친 소리도 내고
광고판에 매달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며
시골 신작로에서는 흙먼지를 휘몰아쳐서
시야를 흐리게 하기도 하고
종잇조각을 어지럽게 흩날리게 하며
시골 장터의 할머니 좌판을 뒤집어엎는
행패를 부리더라도
나는 변덕쟁이 바람의 길동무가 되어
선한 친구가 되길 설득해 가면서
집시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구나.
좋은 친구 한 사람 만나기도 어려운 세상에
생각이 다르고 소통이 잘 안되어도
모든 것을 다 경청해주고 이해해주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선량아,
나의 열정으로 흘린 땀을 식혀주려고
나의 참지 못하는 졸음을 깨워주려고
바쁘게 달려오는 바람아!!! 내 친구야!!!
오늘도 너는 나의 길동무가 분명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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