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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우리 집 부엌에는
1년 365일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
땅딸이 아저씨가 있다.
밀려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또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 같다.
같은 곳에 늘 그렇게 서 있어도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우리 가족들이 못 본척하고 지나쳐도
이 세상을 증오하고 비난하지 않으며,
지루한 세월을 잘도 보내고 있다.
애들은 설빔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8년이 다 된 단벌 신사 아저씨의
새 옷 단장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도
화염이 갑자기 덮치는 그 순간,
골든 타임 1분을 위하여
우리 집 단벌 신사 땅딸이 아저씨는
그곳 그 자리에
무심하게 자리를 버티고 서 있다.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무언의 외침을 계속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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