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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영하의 소통이야기

소화기

by 이치저널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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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 박미애

 

 

우리 집 부엌에는

1년 365일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

땅딸이 아저씨가 있다.

밀려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또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 같다.

같은 곳에 늘 그렇게 서 있어도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우리 가족들이 못 본척하고 지나쳐도

이 세상을 증오하고 비난하지 않으며,

지루한 세월을 잘도 보내고 있다.

애들은 설빔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8년이 다 된 단벌 신사 아저씨의

새 옷 단장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도

화염이 갑자기 덮치는 그 순간,

골든 타임 1분을 위하여

우리 집 단벌 신사 땅딸이 아저씨는

그곳 그 자리에

무심하게 자리를 버티고 서 있다.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무언의 외침을 계속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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