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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도연의 시선 따라 떠나는 사계

눈부신 태양의 빛을 빨아들인 진달래꽃 눈망울을 틔워낸 원미산

by 이치저널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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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꽃의 화려함보다 꽃의 향기를 오래 기억하자!

 

 

 

부천시에 자리한 원미산의 167M의 작은 봉우리의 능선들은 겨우내 마른 장작같이 버석하고 바싹 마른 나뭇가지들로 무성했다. 산은 낮고 능선은 부드러웠으며 계곡은 무디고 나지막했다.

봄으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겨울은 비루하고 마른 도심 속의 조그만 야산으로 등산객의 발길을 부르는 평범한 산이었으나 갈잎 바람 뒹구는 삭막한 겨울을 지나 초록의 수분으로 촉촉이 젖어가는 4월의 원미산은 수많은 사람의 발길로 분주했고 진홍색과 연홍색의 빛깔로 붉게 물들어가며 산의 중턱에 이르러 절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원미산의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4월의 어느 날 따사로운 햇살로 다시 태어났다.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칙칙한 숲에 생기를 불어넣어 숲은 초록으로 술렁이다 겨울의 어둠을 삼키며 찬란한 꽃들의 향연으로 물들여 간다.

수묵같이 어두운 겨울의 숲에서 마른 가지를 온전히 버티어내 거친 등걸에 수분을 빨아들여 분홍의 꽃을 피워내는 꽃잎의 질기고 투박한 생명력에 감탄하고 연 분홍빛 소박한 꽃들을 피워내니 그 아름다움에 한 번 더 반하고 흠뻑 젖는다.

 

ⓒ박미애
 
 

눈부신 태양의 빛을 빨아들여 거친 수풀과 나무 사이를 비집고 진달래꽃 눈망울을 틔워내기 시작한다. 온 산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 향기로 만발한다. 산은 시간이 갈수록 붉게 타오르고 연분홍 진달래의 불길은 산허리를 휘감아 능선을 돌아 오르며 봄이 되고 꽃이 되어 끝없이 골짜기로 번져 나간다.

연초록의 이파리 사이에 피어난 진홍색의 진달래 향기로 물들어 산은 꽃이 되고 꽃은 또 산이 되었다. 원미산의 짧은 봄날에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일장춘몽(一場春夢)처럼 사그라지는 진달래를 바라볼수록 시린 아쉬움과 우수의 젖은 고운 빛깔은 눈부신 슬픔으로 아른거린다.

한 잎씩 떨어지는 연분홍 꽃잎은 발그레한 봄 처녀의 볼을 닮아 수줍고 꽃잎 속에 감추어진 여린 꽃술은 부드러운 꿀 향기로 가득하다.

봄은 산 아래 초록으로 피어나 육부 능선을 넘어 화르르 불타오르고 칠 부 능선을 타고 번져 가다 기어코 온 산을 봄으로 꽃으로 물들여 원미산에 꽃과 봄의 진달래 축제를 열고, 사람들은 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움에 취해 원미(遠美)라는 이름처럼 근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봄날은 꽃의 절정에 꽃잎은 날리고 흐드러지며 피어난다.

서쪽 능선으로 잦아드는 자줏빛 노을이 사그라지며 원미산의 불타오르는 진달래꽃들을 어둠이 뉘엿뉘엿 삼키고 있다. 진달래 능선에 밝은 빛들은 꽃처럼 타오르다 조금씩 또 조금씩 노을에 지쳐 꺼져 가고 있다.

꽃의 화려함보다 꽃의 향기를 오래 기억하자! 꽃은 언젠가 지기 마련이고 화려한 삶보다 향기로운 삶으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오늘도 인향만리(人香萬里)의 삶을 위하여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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